현대차, 2020년 ‘신차, SUV, 제네시스’로 미국 시장 공략

입력 2020-01-12 09:00 수정 2020-01-12 09:00
“신생 브랜드로서 제네시스는 새로운 시각에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저는 새롭고 강렬한 럭셔리 브랜드를 키워내는 평생 단 한 번뿐인 기회를 갖게 된 겁니다.”

캘리포니아의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파운틴밸리시(市)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제네시스 미국 판매법인에서 마크 델 로소 제네시스 북미 담당 최고책임자(CEO)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마크 델 로소 제네시스 북미 담당 최고책임자(CEO)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파운틴밸리시에 위치한 제네시스 미국판매법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제네시스는 2016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해 딜러망을 확충 정비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제네시스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SUV 라인업을 추가해 올해를 브랜드 성장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2021년까지 제네시스 라인업은 세단 3종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종, 전기차 1종 등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제네시스는 올 여름 브랜드 최초의 SUV ‘GV80’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는 “SUV뿐만 아니라 럭셔리 세그먼트에서는 늘 경쟁자가 많지만, 럭셔리 SUV 시장은 초경쟁적인 상황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기술적 요소와 내·외관 디자인 면에서 다른 럭셔리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멋진 제품이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신흥국의 경기둔화, 선진국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2년 연속 판매가 감소했다. 현대자동차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시장 역시 지난해 연간 자동차 판매는 2018년 대비 1.1% 줄어든 1708만대에 그쳤다. 특히 전동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업계의 체질 개선은 자동차 생산 시장에 감원 칼바람을 불러오는 등 업계가 사상 초유의 지각 변동을 겪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3년 만에 실적 반등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가장 큰 요인은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차 ‘텔루라이드’ 등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한 SUV 모델로 분석된다.

올해도 미국 자동차 시장의 대내외적 환경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확고한 품질 경쟁력과 강화된 SUV 라인업을 필두로 다양한 신차를 투입해 미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파운틴밸리시에 위치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지난해 팰리세이드가 대형 SUV 세그먼트에서 4.5%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면서 “일본이나 미국 자동차회사의 고객들이 팰리세이드를 통해 현대차의 고객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고 자평했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성공적으로 런칭한 신차 중 하나로 현재 월 평균 5000대 가량 판매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미국에서도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 신차 판매 전체의 70%는 트럭과 SUV가 차지하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비중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고, 이것이 현대차가 SUV 신차를 적극적으로 선보여 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픽업트럭인 ‘싼타 크루즈’도 현지 판매가 시작된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연간 약 4만대의 싼타 크루즈가 생산될 전망이다. 무뇨스 사장은 “싼타 크루즈는 단순하게 ‘또 다른 픽업 트럭’이 아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에서 만드는 미국의 전통적인 픽업 트럭이 경쟁차종이 아니다”면서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사양을 제공하는 도심형 크로스오버 트럭으로서 새로운 세그먼트의 정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 판매를 꾸준히 이끌어 온 세단 역시 신차를 꾸준히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쏘나타’ 신형이 올 초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하며, 신형 ‘K5’ 역시 상반기 미국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로 16만8235대가 팔렸다. 이어 ‘투싼’(13만7381대), ‘싼타페’(12만7373대) 등의 SUV가 뒤를 이었다. 기아차에선 ‘쏘울’(9만8033대)의 뒤를 이어 ‘옵티마’(국내명 K5)가 9만6623대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 목표는 72만8000대다. 지난해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미국 시장에서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이 견고한 성장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모빌리티 리더로 성장해 2025년에는 제네시스와 함께 연간 100만대 판매를 돌파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파운틴밸리=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