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게 군다”는 이유로 장애가 있는 어린 의붓아들을 찬물이 담긴 욕조에 방치했다 숨지게 한 계모가 체포됐다. 숨진 아이는 앞서 가족과 분리조치 될 만큼 상습적 학대 피해를 입었었다. 관련 기관은 학대 재발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끝내 숨졌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11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A씨(31)를 긴급체포했다. 그는 10일 오후 6시경 여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언어장애가 있는 의붓아들 B군(9)을 찬물이 담긴 어린이용 욕조에 속옷만 입힌 채 앉아있도록 했다. 아이는 몇 시간 뒤 숨졌다.
A씨는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고 시끄럽게 돌아다니면서 저녁 식사 준비를 방해해 벌을 주려 했다”며 “한 시간 정도 욕조에 넣어뒀고 방으로 데려가 옷을 입히고 눕혀서 쉬도록 했는데, 한 시간쯤 지나 저녁을 먹이려니까 일어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아이의 아버지와 5년을 동거하다 지난해 법적 부부가 됐다. 이들 모두 이혼 전력이 있고 A씨는 딸 세명이 있다. 사건 당시 집에는 A씨와 아이들만 있었다.
B군은 A씨에게 상습 학대를 당해 분리 조치됐던 경험이 있는 아이였다. 경찰 관계자는 “2016년 학대신고가 2번 접수돼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33개월가량 분리 조치한 기록이 있다”며 “B군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다시 부모에게 인계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숨진 B군의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부검을 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학대 아동 대부분은 원가정보호 조치된다. 전체 학대 아동 80%정도가 학대 가정으로 돌아갔다. 아동학대예방사업이 가족 보존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 가정 내에서 발생한 학대인 경우에도 ‘학대 위험수준이 경미하며 보호자의 개선 의지가 있어 재발위험이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족기능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B군이 분리보호 조치를 받았다면 이는 관련 기관에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리 보호됐던 아이 중 25%정도는 원가정으로 복귀하고 있는 실정이다. B군도 마찬가지였다. 관련 기관은 학대재발 가능성이 낮고, 지역사회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아이를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집에 다시 돌아왔고, 끝내 숨졌다.
최근 정부는 학대나 빈곤, 유기 등 위기에 처한 아동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직접 돌보겠다고 천명했다. 민간에서 수행하던 아동 학대 조사 업무도 시군구 공무원이 직접 맡기로 했다. 아동을 원가정에서 분리해야 하는 경우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산하 사례결정위원회에서 아동에게 가장 적합한 보호방식을 결정하고 원가정으로 복귀 되기 전 가정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안에 개발할 방침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