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브 적중과 연타 봉쇄’ 한국, 이란 넘어 결승 갈까

입력 2020-01-11 15:07
한선수가 9일 카타르전 직후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아 최강 이란을 넘어 결승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이란의 연타 봉쇄와 강서브 적중이 승리의 키가 될 전망이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10일 오후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 센터에서 이란전을 대비한 마지막 훈련을 가졌다.

서브와 서브 리시브 훈련이 펼쳐진 뒤엔 이란의 연타를 막아내는 훈련이 꽤 오랜 시간 이뤄졌다. 코치들이 “강타도 한 점이고 이것(연타)도 한 점”이라고 외치는 가운데 선수들은 이란 선수들이 자주 쓰는 연타와 페인트에 대한 블로킹과 리시브 훈련에 매진했다.

한국 선수들이 10일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훈련에 임한 선수들의 눈빛은 빛났다. 주장 신영석(현대캐피탈)은 “서브 집중”이라고 계속 외쳤다. 최민호(현대캐피탈)도 강서브가 들어갈 때마다 “오케이 서브 좋아”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정민수는 “들어와 좋아 오케이”라고 연신 외치며 열정적으로 리시브를 받아냈다.

이날 훈련 내용엔 전날 이란과 중국의 A조 3차전 경기 분석 결과가 반영됐다. 임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전원은 9일 카타르전이 끝난 뒤 저녁만 먹고 바로 준결승 상대가 될 수 있는 두 팀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20년 만의 올림픽 티켓 획득을 위해 준결승전이 갖는 의미가 매우 커서다.

예상대로 이란 세터 사에드 마루프(중국 베이징 BAIC)는 코트 안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이드로 띄워주는 볼의 끝이 살아있어 공격수가 때리기 좋았다.

이란 선수들이 9일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센터에서 중국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란 선수들은 세터의 볼을 이어받아 강타와 연타를 절절히 섞어 중국 코트를 공략했다. 중국이 이란의 공격을 잡기 위해 블로킹을 하면 이란 선수들은 강타로 블로커 터치아웃을 유도하거나 블로킹이 낮아질 때쯤 연타로 빈 코트를 노렸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베스트7 센터 출신인 모사비 모하메드(폴란드 인디크폴)는 이날 10득점을 올렸다. 교대로 투입되며 2득점에 그쳤지만 서브 1위(세트당 0.89개)에 올라있는 레프트 샤리피 모르테자(터키 뷔윅셰히르)도 경계 대상이다.

임 감독은 “이란 선수들이 공을 잘 갖고 논다. 손 기술은 동양 배구의 전유물이었지만 이란이 능수능란하게 하게 되며 강팀으로 발돋움했다”며 “블로킹으로 공격을 잡으려 하면 안 된다. 갖다 대기만 하고 뒤에 있는 선수가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선수들이 9일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센터에서 중국과 경기 중 작전타임을 갖고 있다.

공격 뿐 아니다. 과거엔 공격이 블로킹만 넘으면 득점으로 연결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란 선수들은 리시브도 잘 한다. 중국전 8득점을 올린 레프트 에바디푸르 밀라드(폴란드 PGE)는 정지석(대한항공)에 이어 대회 리시브 2위(효율 51.16%)를 기록 중이다.

중국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1세트 초반 서브가 적중하면서 이란을 앞섰다. 강서브는 직접 득점으로도 연결됐지만 이란 리시브를 흔들어 득점을 낼 수 있는 지름길이 됐다. 임 감독도 “중국도 서브가 무너져 잡을 수 있는 세트를 놓쳤다”고 했다. 수비만 탄탄히 해 사이드아웃(서브권 뺏어오는 것) 싸움에서 이긴 뒤 강서브가 적중한다면 이란도 잡아낼 수 있을 전망이다.

9일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이란과 중국의 경기에 관중이 들어차 있다.

선수들은 준비됐다. 신영석은 “지면 코트에서 죽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했고, 한선수(대한항공)도 “모두가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감과 끈끈한 정신으로 맞선다면 2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도 허황된 꿈이 아니다.

중국 장먼=글·사진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