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열기 식히려” 강물에 엉덩이 적시는 호주 코알라

입력 2020-01-11 00:20 수정 2020-01-11 00:20
데일리메일

최악의 산불이 번진 호주에서 강가로 피신한 코알라들의 모습이 포착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호주 데일리메일은 로렉 맥레라는 여성이 촬영한 코알라들의 모습을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레는 지난해 성탄절부터 새해에 이르는 휴가 기간 동안 뉴사우스웨일스주 남부 토쿰왈의 머레이 강가에서 캠핑하던 중 이 사진들을 촬영했다.

매체에 따르면 맥레는 캠핑 중 매일 새벽 코알라들이 산에서 강으로 내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강가로 내려온 코알라들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엉덩이와 발을 물에 담그고는 열기를 식히면서 잠이 들곤 했다. 맥레가 사진을 촬영할 당시는 산불이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을 휩쓸던 시기로 연무를 동반한 열기가 이 지역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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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들은 엉덩이를 물에 담그고 있다가 보트가 지나가면 나무 그루터기 위로 피신하듯 올라갔다. 이후 보트가 지나가면 다시 내려와 엉덩이를 물에 담갔다. 낮 동안의 열기를 식힌 코알라들은 밤이 되면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맥레는 “산불 속에 죽어가는 야생 동물들을 보면서 느꼈던 공포를 전하는 한편, 아픔 속에서도 이렇게 극복하려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호주 산불은 10일 현재 그 피해지역이 10만7000㎢에 이르러 남한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이 잿더미로 변했다. 민간인 24명과 소방대원 3명이 사망했고 2000여채의 가옥이 소실됐다. 이번 산불로 멸종 위기까지 놓인 코알라를 포함해 10억여마리의 야생동물이 죽음을 맞았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