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미국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와 합작회사를 세우고 미국 방송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차세대 방송 표준 규격인 ATSC 3.0 기반의 솔루션과 장비를 현지 방송국에 공급하는 형태다. SK텔레콤이 주력인 통신 영역을 넘어 글로벌 미디어 시장으로 빠르게 사업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SK텔레콤과 미국 방송그룹 싱클레어는 지난해 합작회사 ‘캐스트닷에라(Cast.era)’를 출범시키고, 이달 초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사무소를 열었다고 12일 밝혔다. 합작회사의 대표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싱클레어 측의 케빈 게이지가 맡았고, CTO(최고기술책임자)는 SK텔레콤 측 박경모 박사가 맡는다.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 3.0은 미국 디지털TV 방송 표준 규격으로, 통신 기술과 융합해 기존 방송보다 빠른 속도로 고화질 영상을 전송할 수 있고, 양방향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2017년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초고화질) TV 기술에 적용됐다. 양사는 향후 10년간 미국 내 1000여개에 달하는 방송국이 ATSC 3.0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이 분야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싱클레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기간 동안 SK텔레콤 부스에 설치된 차량용 콕핏(Cockpit)에서 미국 최초로 ATSC 3.0 멀티뷰 중계에 성공했다. 싱클레어의 테니스 채널 2개가 한 화면에서 동시에 중계됐으며,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싱클레어 방송국의 ATSC 3.0 송출 타워가 이를 지원했다. 삼성전자 부스 내 콕핏에서도 멀티뷰, 맞춤형 광고서비스를 선보여 많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합작회사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국 최초의 ‘통신-방송 기반 고화질 방송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싱클레어가 보유한 전미 방송국 30여곳에 ATSC 3.0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통신 기술과 싱클레어의 방송 인프라를 결합, 미국 방송시장에서 ‘방송용 클라우드 인프라’, ‘초저지연 온라인동영상(OTT)서비스’, ‘개인 맞춤형 광고’ 등 3대 사업영역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의 클라우드 인프라 관리 기술을 싱클레어 방송 시스템에 적용하면 거점 서버를 통한 전미 방송국의 통합 관리가 가능해져 운영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합작회사는 싱클레어가 보유한 뉴스, 스포츠 콘텐츠를 기반으로 연내 초저지연 OTT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싱클레어는 2019년 미 3대 스포츠 리그인 MLB, NBA, NHL 소속 42개팀의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FSN(Fox Sports Networks)을 106억달러에 인수한 미국 콘텐츠 업계 강자다.
이 외에도 시청자 빅데이터 수집,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광고를 실제 방송에 도입함으로써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광고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5G(통신)-ATSC 3.0(방송)’ 기반 고화질 방송 서비스 고도화에 나선다. 올 상반기에 제주테크노파크에 5G-ATSC 3.0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워싱턴D.C.에 위치한 싱클레어 방송국에도 5G-ATSC 3.0 솔루션을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이종민 SK텔레콤 Tech Innovation 그룹장은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 진출하기 때문에 판로를 개척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올해 SK텔레콤의 미디어 사업이 해외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합작회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