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핵 폐기물 포화’ 한숨 돌렸지만…근본 해결책은 ‘답보상태’

입력 2020-01-11 04:00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 증설 결정
현 정부 영구처분시설 계획 ‘재검토’…방폐장 건설도 답보
월성 뿐만 아니라 다른 원전 핵폐기물 보관 시설 곧 포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 증설을 승인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는 그동안 보관시설이 포화 상태라 수년 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미 영구 정지가 결정된 월성 원전 1호기는 물론 2,3,4호기도 가동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안위는 10일 ‘월성 1~4호기 운영변경허가안 사용후핵연료 2단계 조밀건식저장시설 건설안’을 표결 끝에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증설을 요청한지 3년 9개월 만에 이뤄졌다.

원전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우선 습식저장시설에서 보관한다. 이후 열이 식으면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임시 보관한다. 따라서 더 이상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공간이 없으면 원전을 가동할 수 없다. 한수원에 따르면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률은 지난해 9월 기준 이미 93.66%을 넘어섰다. 추가 건설이 없으면 오는 2021년 11월 포화 상태에 도달한다. 그러나 탈(脫)원전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원안위는 승인을 보류해왔다.


원안위가 이날 결단을 내렸지만 향후 해결해야 할 일도 많다. 일단 시간이 촉박하다. 한수원은 추가 시설을 건설하는데 최소 19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신고 절차 등까지 합치면 22개월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기존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기 전 완공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습식과 건식 저장시설이 임시방편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종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사용후핵연료를 땅 속에 묻을 영구처분시설을 가동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세웠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도 답보 상태다. 정부는 1983년부터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시도했으나 주민 반대로 아홉 차례나 실패했다. 그 사이 월성 뿐만 아니라 다른 원전도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고 있다. 월성처럼 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을 마련하거나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8년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총 2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해 ‘지구상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 일컫는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쌓이고 있다. 한수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원전 전체의 포화율은 90.8%이다.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 정부의 탈원전 찬반 논란은 무의미하다”며 “지난 40년간 정부가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사이 사용후핵연료의 포화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