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남자배구 대표팀의 주장이자 세계적인 세터 사에드 마루프(34·중국 베이징 BAIC 모터)가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이란의 상황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루프는 9일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 A조 3차전 이란과 중국의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란 뉴스를 듣지 못해 이란의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지 확실히 잘 모른다”며 “그런 상황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란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악화 일로다. 이란은 미국이 이란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십 수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같은 날 이란 테헤란 외곽에선 우크라이나 항공사 소속 보잉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객 176명이 전원 사망하기도 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우발적으로 피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대표팀은 그런 상황 속에서 올림픽 예선전에 참가하고 있다. 이란에 가족을 둔 선수들이 급박한 정세에 동요할 법도 하지만 이날 이란은 압도적인 전력 차를 보이며 중국에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능수능란한 토스워크로 사이드 공격수들의 수월한 공격을 이끈 마루프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2008·2012·2016 올림픽 예선전에서 최고 세터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난 이란의 모든 상황이 현재 안정적이라 믿고 있다”며 “지금은 올림픽 예선전이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여기서 해내겠다. 꼭 출전권을 따내야 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6시(한국시간) 열리는 대회 준결승전에서 마루프가 이끄는 이란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치른다.
중국 장먼=글·사진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