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윤석열 패싱’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청와대가 기획한 ‘검찰 대학살’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했다. 반쪽짜리 본회의가 열리는 등 원내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의 ‘3대 국정농단 게이트’를 부각시켜 여론의 지지 얻으려는 전략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청와대 앞에서 ‘검찰 학살’ 규탄대회를 열고 “울산시장 하명수사, 우리들병원 대출비리, 유재수 감찰무마 등 3대 국정농단 게이트를 수사하던 검찰 수사팀이 공중 분해됐다”며 “검찰 인사 폭거를 벌인 이유는 그만큼 지은 죄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그토록 강조했던 검찰 개혁과 독립성은 말뿐이었다”며 “검찰을 좌파독재를 위한 권력의 주구로 삼겠다는 본심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국당에서는 이번 검찰 인사를 ‘코드 인사’로 보고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주광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추 장관은 이번 인사가 가장 균형 잡힌 인사라고 법조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 주요 요직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그리고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공공수사부장을 모두 호남 인사로 채웠다”며 “인사를 기획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공직비서관 모두 민변 호남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민주당을 제외하고 전체회의를 열어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여야합의가 되지 않은 탓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장관의 명을 거역했다”는 추 장관의 전날 발언을 두고 “여기는 조선시대가 아니라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며 “추미애 장관이 국민의 명령을 거역했다는 게 옳은 말”이라고 일갈했다. 강효상 의원은 “이번 검찰 대학살이 수사 방해이고 사법 방해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라며 “핵심 수사의 라인에도 없었던 사람을 윤석열 총장의 측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대학살 하는 것을 보고 이 권력이 이성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청와대·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방해 의혹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또한 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법제사법위원들은 이번 검찰 인사와 관련하여 과천에 있는 법무부를 항의 방문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