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 풀리며 ‘경제 반등’ 기대하는 정부…중동발 변수 ‘주시’

입력 2020-01-10 15:12 수정 2020-01-10 15:16

정부 올해 교역 조건 풀리며 ‘경제 반등’ 기대
미국-이란 갈등 등 연초부터 세계 경제 변수 발생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예의주시

정부가 중동발(發)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 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세계 교역 조건이 올해 개선된다는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 부진이 해소된다면 불황이 다소 풀릴 수 있다. 그러나 연초 미국과 이란 갈등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대외 여건이 다시 악화 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3% 성장을 자신했던 한국 경제는 2% 도약도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0%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올해 상황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근거는 세계 경제 개선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힘들었던 건 반도체 수출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유일한 성장 먹거리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출 악화는 투자와 소비인 ‘내수 위축’까지 불러왔다.

정부는 올해 개선 흐름이 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가 기대고 있는 수출 상황이 좋아지는 것이다. 일단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진정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물량과 가격 부분에서 회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풀리면서 경제 반등을 기대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을 2.4%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돌발 변수다. 연초부터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교역 조건이 다시 악화된다면 한국 경제의 ‘반등’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사적 충돌 등으로 장기화되면 세계 경제 성장률과 각 나라의 물가 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올해 세계 경제 회복세가 예상 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9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 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날 세계은행 전망치에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반영되지 않았다. 향후 성장률 전망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부는 돌발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중동 상황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실물 경제 부문에 직접적 영향이나 특이 동향은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면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냉철히 주시하고, 필요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지금 당장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대외 여건을 불확실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며 “미국과 중국 등의 경제 회복이 늦어질 경우 세계 경제가 하강하면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