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737 맥스 심사 어땠길래…직원들도 “내 가족 안 태워”

입력 2020-01-10 15:04

잇단 사고로 운항이 정지된 보잉 737 맥스 기종에 대한 규제 당국의 심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보잉 직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보잉이 의회에 제출한 내부 문서를 통해 직원들이 연방항공청(FAA)의 항공기·조종사훈련 심사가 부실하다고 인식했으며 회사가 원하는 대로 승인을 받으려고 FAA를 상대로 로비를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7년 4월 맥스 기종의 조종 프로그램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는 메신저 대화에서 한 직원은 “이 기종을 설계한 건 광대(clowns)이고, 그 광대를 감독하는 건 원숭이들(monkeys)”라고 조롱했다. 감독하는 원숭이들은 FAA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에 한 직원은 동료에게 “맥스 시뮬레이터(시뮬레이션 훈련 프로그램) 훈련을 받은 (조종사가 탄) 비행기에 네 가족을 태우겠어? 나는 안 그러겠다”고 말하자 다른 직원도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맥스 조종사 교육용 시뮬레이터가 미흡한데도 FAA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뜻이다.

다른 직원은 FAA를 상대로 한 업무에 관해 말하면서 “내가 작년에 사실을 숨긴 일은 아직도 하나님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2015년에 작성된 직원의 글에는 보잉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훈련 시뮬레이터를 승인받으려고 FAA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펼친 정황이 나타났다.

이 직원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며 아마도 최종 협상 시점에 최고위층에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고 요청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