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8일 트럼프와 백악관서 ‘즉석 만남’… “좀 보자”

입력 2020-01-10 09:34
기타무리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차례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트위터 캡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과 기타무리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8일 저녁에 잠시(briefly) 만났다고 9일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정 실장의 별도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면담은 사전에 예정된 것이 아닌 ‘깜짝 만남’이었다.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한미일 3자 간 고위급 안보 협의회가 열리던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좀 보자”며 불쑥 연락을 해, 즉석에서 이뤄진 것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면담에서 일본과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들이라고 언급했으며, 미국이 양국과 공유하고 있는 지지와 깊은 우정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NSC 트위터 캡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9일 트위터에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 및 한국의 카운터파트(대화 상대)들과 8일 양자 및 3자 회의를 가졌다고 확인하며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이번 논의에서 이란 및 북한 관련 진행 상황, 그리고 삼자 간 안보 협력의 중요성 문제 등을 다뤘다”고 적었다.

지난 7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정 실장은 그간 외교·안보 현안 협의 차원에서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했다. 2018년 3월 서훈 국정원장과 방북 특사단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 간 만남 희망 의사를 전달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사실이 백악관 발표로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보복 공격에 대해 군사적 대응 대신 경제제재를 하는 내용으로 대국민 연설을 한 날이다. 대통령의 일정이 여럿 잡힌 상태에서 이뤄진 만남인 만큼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안보 사령탑을 동시에 불러 강한 동맹을 재확인한 것은 북미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대북 대응을 포함,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외교가 인사는 “그만큼 한반도 상황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큰 관심을 반영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백악관이 ‘잠시’라고 밝힌 대로 면담 시간은 길지 않았던 데다 정 실장과의 별도 만남이 이뤄진 건 아니어서 덕담 혹은 안부 위주로 대화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7일 미국에 도착한 정 실장은 9일 귀국길에 올랐다. 정 실장은 이날 귀국하며 별도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가 특파원들과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