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 치곤 훌륭해” 조롱 나온 도쿄올림픽 ‘골판지’ 숙소

입력 2020-01-10 04:30
이하 아사히 신문 보도화면 캡처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사용하게 될 선수촌 숙소가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종이 상자에 주로 쓰이는 골판지를 여러장 겹쳐 만들어 엉성해보이는 침대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 침대를 언론에 처음 공개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선수촌에 놓일 이 침대들은 도쿄올림픽 공식파트너사인 ‘에어위브’(Airweave)가 제작한 제품이다.

작은 상자를 여러개 엮어 큰 상자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상자 두개를 또다시 붙여 하나의 침대로 만들었다. 큰 뼈대 뿐만 아니라 연결부위도 모두 종이로 돼 있다. 첫 공개 당시 조직위는 조립 과정을 시현하며 “종이로 만들어 가볍지만 지탱할 수 있는 무개는 무려 200㎏이나 된다”고 강조했었다.

또 “환경친화적이라는 강점이 있고 편안함까지 보장된다”며 “매트리스도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에틸렌 소재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도쿄올림픽과 도쿄패럴림픽에서 사용되는 침대는 2만6000개다.



조직위는 ‘골판지 침대’를 소개하며 자찬을 늘어놓았지만 반응은 엇갈렸다. 환경보호 취지를 칭찬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이를 직접 사용해야하는 선수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위는 해당 침대를 보완 없이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고 지난 9일 이를 배치한 선수촌 숙소를 소개했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들은 허술해보이는 모습에 실망스럽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여기에 숙소 안에 비치된 다른 가구의 모습까지 최종 공개되면서 그 목소리는 커졌다. 조직위가 현지 언론을 통해 선보인 숙소에는 작은 사이즈의 철제 테이블과 의자가 방 한가운데 놓여져 있다. 또 골판지 침대 옆에 놓인 옷장은 매우 비좁아 보인다.


한 네티즌은 “대체 어디에다가 돈을 쓴 건지 모르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였을텐데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한눈에 봐도 너무 약해보인다”며 “누가 중요한 경기 전에 이런 침대에서 잠을 자고 싶겠느냐”고 꼬집는 댓글도 있었다. “피난처 치고는 훌륭하다” “거짓말일 거다” “아베 총리가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나보다” 등 비꼬는 식의 반응도 나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