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판결 전날, 사실 꽤 울었다” 서지현이 연이어 쓴 글

입력 2020-01-10 00:10 수정 2020-01-10 00:10
연합뉴스

안태근 전 검사장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되자 피해자이자 첫 폭로자인 서지현 검사가 SNS에 두 차례 글을 올려 반발했다.

서 검사는 9일 페이스북에 “대법원 보도자료를 보니 직권남용죄의 ‘직권’에 ‘재량’을 넓혀 ‘남용’을 매우 협소하게 판단했는데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며 “피해자에 대한 유례 없는 인사발령으로 한 인사보복을 ‘재량’이라니”라고 썼다.

이어 “그 많은 검사(전 검사 포함)들의 새빨간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에 위배해 인사를 지시했다는 ‘사실’ 인정에 대해서는 1, 2심 판단이 유지됐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며 “제가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한 제 진술이 진실임은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글을 올린 지 2시간 만에 또 다른 장문을 추가로 올렸다. 서 검사는 “사실 판결 전날인 어제 꽤 울었다. 장례식장에서 추행당한 것이 2010년, 유례없는 인사발령을 받은 것이 2015년, 집밖에 다신 못 나오겠다고 생각하며 인터뷰한 것이 2018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영혼이 타는 듯한 두려움과 고통 속에 숱한 잔인한 시간이 지났다”며 “그 시간이 이제야 끝났다는 안도감에 자꾸만 눈물이 났다. 그런데 여전히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검사하고는 하지만 한 개인이 ‘검찰’이라는 무지막지한 거대 조직에 맞서는 것이 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며 “동료라고 생각했던 검사들의 새빨간 거짓말에 가슴이 무너졌고 사악한 자들의 조직적 음해와 협박에 심장이 조여왔다”고 호소했다.

또 “그들은 더 나아가 공공연히 허위진술과 명예훼손한 자들을 영전시키고, 사건을 은폐했다”며 “공소시효를 도과시키고 허위 브리핑을 한 자들을 검사장과 대변인으로 두며 저를 조롱했다”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지만 그땐 그 어떤 예상도 할 수 없었다”며 “첫 사회생활을 한 곳, 모든 젊음을 갈아 넣고 사랑했던 곳, 동료와 친구들의 추억이 들어있던 곳이 개혁되고 정의로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검사도 변호사도 하지 못하고, 집밖에 나오지 못하는 삶을 살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어 “대놓고 부실수사와 새빨간 거짓말, 음해를 했어도 진실이 인정되고 여기까지 온 것은 눈을 부릅뜨고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이라며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고 성폭력이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으니 저는 제 생각보다 훨씬 크게 이겨가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 2심(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