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책임 안 묻겠다” 각서 쓰고 아들 유기한 한의사 부부 ‘실형’

입력 2020-01-09 18:28
게티이미지뱅크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을 ‘코피노’(한국계 필리핀 혼혈아)로 속여 해외에 유기한 부모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 4단독 부동식 판사는 9일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의사 A씨(48)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그의 아내 B씨(49)에게도 같은 형량을 내리고 이날 법정 구속했다.

A씨 부부는 2014년 1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약 4년동안 자폐 증세가 있는 친아들 C군(당시 10세)을 ‘코피노’로 둔갑시켜 필리핀, 네팔 등 해외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있다.

A씨는 아들을 처음 유기할 당시 필리핀의 한 선교사에게 C군을 코피노라고 소개하며 “편부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키울 수 없으니 돌봐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이가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도 썼다.

A씨 부부는 아들을 필리핀으로 데려가기 6개월 전 이미 이름을 개명했으며, 선교사에게 맡긴 뒤에는 여권을 회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부부가 괌과 태국 등을 여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양육비 명목으로 3500만원을 송금했고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메일 아이디를 삭제하는 등 연락 차단을 시도했다.

이들이 C군 유기를 시도한 정황은 그 전에도 있었다. 2011년 3월 취학연령이었던 C군을 경남 마산의 한 어린이집에 맡겼고, 2012년에는 충북 괴산의 한 사찰에서 1년을 보내게 했다. A씨 부부는 이 때도 자신들의 이름과 주소 등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군을 네팔에 데리고가 한 차례 유기하기도 했는데, 당시 C군은 현지인의 도움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왔다. 만 6세가 채 되지 않은 나이였다.

비정한 부모의 이같은 상습 유기 행위는 C군을 맡았던 필리핀 선교사의 동료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드러났다.

원래 가벼운 자폐증세만을 보였던 C군은 수년간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중증의 정신분열을 겪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증도의 정신지체 판정을 받았고 왼쪽 눈도 실명된 상태다.

법정에 선 A씨 부부는 “양육비를 보내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게 했으며, 필리핀으로 보낸 것은 교육을 위한 것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아들을 필리핀으로 보낸 후 단 한차례도 연락을 취하거나 만나러가지 않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