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임의로 전봇대를 선정해 점검한 결과, 검사한 전신주 모두에서 고정장치 ‘불량’이 나타났다. 지난해 4월 큰 피해를 낳은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이 고압전선 절단으로 인한 화재였던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의 전선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9일 ‘전력공급시설 안전관리실태’ 감사 결과에서 변전소를 거친 전기를 최종 전기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배전선로’ 관리가 부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전은 고압전선을 전신주에 매달기 위해 볼트 조임형 클램프를 사용하고 있는데 감사원이 16개 전주 중 임의로 8개의 전주를 선정해 점검한 결과 8개 모두 클램프 체결 불량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전 속초지사가 지난해 4∼5월 실시한 배전선로 특별점검 사진을 감사원이 분석한 결과, 클램프 체결에 결함이 있는 전주가 최소 16개 있었는데도 한전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강구조학회는 고성 고압선 절단 사고의 경우에도 해당 전선의 클램프 유지력이 기준값보다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감사원에 밝혔다.
감사원은 한전 사장에게 클램프 체결 상태와 유지력을 점검하고 문제가 발견된 클램프는 교체 또는 보수·보강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재폐로 운영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관리를 당부했다. 한전은 배전선로의 순간적인 고장이 정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폐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재폐로는 배전선로 고장으로 차단기에 의해 전력이 차단될 경우 자동으로 전기를 보내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전선이 절단된 경우 재폐로가 작동되면 전기불꽃을 발생시켜 화재 또는 감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산불위험지수가 81 이상일 경우 재폐로 작동을 중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 지역본부가 3년간 산불위험지수가 81이상이었던 3만7657건 중 재폐로를 중단시킨 사례는 1143건으로 약 3%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한전 사장에게 재폐로 장치의 운전을 정지시키는 대책이 마련돼 있는데도 실제로 산불 예방을 위해 재폐로가 정지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하며 운영 방침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최희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