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도박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솔레이마니 제거로 고조됐던 미국과 이란 사이 긴장이 양국이 더이상 확전을 원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완화됐고 여론도 반전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리를 챙기며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제거’라는 자신의 재선 전망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을 무릅썼고, 현재로선 도박은 성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통적 외교 방식이 먹혀든 사례라는 것이다. 이번 작전에서 가장 우려가 됐던 것은 이란과의 전면전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피의 보복을 다짐했던 이란이 전면전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며 확전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란이 미군 기지를 폭격할 때 확전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탄도미사일을 빗맞힌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고, 이라크를 통해 미국 측에 미리 공습지를 알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피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솔레이마니는 중동 지역 내 시아파 민병대들을 배후에서 지원하며 반 미국, 반 이스라엘 테러를 지휘했다는 의심을 받는 인물이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솔레이마니 제거를 주장하는 매파(대외 강경론자)들도 있었지만 이란과의 전면전 가능성을 우려해 제거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파들의 의견을 따르는 승부수를 뒀지만 이란이 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CBS 이브닝 뉴스에 출연해 “이란이 동맹 세력인 시아파 민병대들에 미군기지나 미국인을 공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란이 여러 차례 추가 공격을 위협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공격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미군기지 공격 후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공격은 유엔 헌장에 따른 자위적 방어 조치”라며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한 이란의 대응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긴장 고조나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눈엣가시였던 솔레이마니를 큰 후폭풍 없이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내 매파(대외 강경론자)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당내 비둘기파(평화주의자)들을 달래는 데도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 지역에 현재 이란의 지원을 받는 수만 명의 병력과 테러 조직들이 배치돼 있어 급격히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