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의 적’ 이란과 ‘밀월’…무역·무기·원유 거래로 버팀목

입력 2020-01-09 17:45 수정 2020-01-11 12:22
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정면 충돌하면서 그동안 군사·에너지·무역 등 다방 변에서 이란과 밀착 관계를 과시해온 중국도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이란에 무기를 대규모로 판매하고, 원유를 대량으로 구매하며 유엔 제재로 어려운 이란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어온 이란은 경제적인 탈출구를 마련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기 위해 중국의 지원에 의존해왔다고 9일 보도했다.

중국과 이란은 오랜 기간 무역과 에너지 측면에서 서로 의지해왔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과 이란의 무역액은 351억3000만 달러(약 40조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이란에서 사들인 원유는 150억 달러(17조4000억 원) 어치인 2930만t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군사 분야에서도 양국의 협력이 두드러진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총 2억6900만 달러(약 3100억 원) 어치의 무기를 수출하는 등 이란의 3대 무기 거래국이었다.

1980년대 8년간 계속된 이란과 이라크 전쟁 때 미국, 소련, 프랑스 등 주요 강대국들이 이라크를 지원하며 군사 장비를 공급할 때 중국은 이란에 군사적인 지원을 했다.

당시 이란에 대한 무기 판매는 북한 등 제 3자를 통해 간접적이고 신중하게 이뤄졌지만, 이란에게는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코퍼레이션이 2012년 중국·이란 관계 보고서에서 밝혔다.

랜드 보고서는 또 중국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또 이란에 소형 무기뿐 아니라 전술탄도미사일과 실크웜 등 대함 순항미사일까지 판매했다. 이란의 단거리 미사일과 장거리 미사일에는 중국의 디자인과 기술을 볼 수 있다.

이란은 2007년 유엔의 무기 금수 조치 등 국제사회의 거듭된 제재를 받아왔지만, 중국의 지원으로 방위 능력을 키웠다.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첨단 전투기와 주력 전차 등을 사들여 군사력을 보강해왔다.

중국과 이란은 또 2016년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테러리즘에 공동 대응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은 2014년 페르시아만 해역에서 첫 합동 해상훈련을 했고, 지난해 12월 말에는 중국과 이란, 러시아 해군이 인도양과 오만 만에서 4일간 대규모 해상훈련을 하기도 했다.

텔아비브 대학의 케빈 림 연구원은 “중국이 이란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걸프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며 “지난해 중국과 이란, 러시아 3국 해상훈련은 전례 없는 수준이었으며, 이는 미국의 대이란 군사 조치를 겨냥한 중국의 암묵적인 경고였다”고 해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