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살살해줄게” 감정 읽는 AI 탁구 코치

입력 2020-01-09 17:55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었던 기술은 ‘안면인식’이다.

최근 몇 년간 흐름을 보면 왜 올해 유독 안면인식을 강조하는지 이해가 된다.

처음은 인공지능(AI)이었다.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있다고 믿는)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력을 구현한 시제품들이 CES 무대를 누볐다.

그다음은 로봇이다. AI를 서비스 차원으로 구현하려면 디바이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첨단 로봇기술이 AI와 결합했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BB8처럼 공처럼 생긴 것부터 사람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CES에 등장했다.

다음은 안면인식이다. AI가 사람을 식별하고 더 나아가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고 사람과 교감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일본 의료기기업체 옴론이 CES에서 선보인 탁구 코치 로봇 ‘포르페우스’(FORPHEUS)는 이런 흐름을 총망라한 기기로 미래 AI 로봇의 활약상을 예측해볼 수 있다.

포르페우스가 CES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옴론은 그동안 포르페우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꾸준히 내왔는데 이번이 6번째다.

올해 포르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더 고도화된 AI와 안면인식 기술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포르페우스는 사람의 얼굴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어가며 ‘맞춤형’ 강습을 할 수 있다.

포르페우스는 안면인식을 통해 사람의 표정으로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맞춰 공의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한다.

옴론 관계자는 “훌륭한 코치가 선수를 가르치는 것처럼 포르페우스는 선수의 감정과 동기부여 수준 등을 고려한다”면서 “이를 통해 선수가 최고의 시합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기술은 뭔가를 가르치거나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교육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면서 “즉각적으로 중요한 반응을 해야 하는 간호 분야 등에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옴론은 포르페우스 개발을 위해 일본 게임 업체 스퀘어 에닉스와 손을 잡았다. ‘파이널 판타지’ 제작사로 잘 알려진 스퀘어 에닉스는 ‘메타-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메타-AI는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를 비롯해 다양한 환경을 관찰하고 있다가 적과 싸울 때 최적의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안면인식 기술이 사람을 식별하기 위해 개인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CES에서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무엇보다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담당 임원은 7일 CES 개인정보 보호 책임자 원탁회의에 참석해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애플이 CES에 참석한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다.

페이스북은 CES에서 ‘공개 범위 확인’ 기능을 공개하기도 했다. ‘내가 공유하는 게시물을 볼 수 있는 사람’ 기능을 통해 이용자 프로필 정보에 접근 가능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내가 공유한 게시물을 누가 확인할 수 있는지, 내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개편했다.

구글은 CES 부스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새 기능을 소개하면서 ‘프라이버시 디자인’을 공개했다. 이 기능은 가장 최근 명령 기록을 삭제하는 기능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