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m 가량, 막대기 모양의 로봇이 주전자를 들고 눈앞에서 드립커피를 내리고 있다. 핸드드립이 아닌 ‘로봇드립’ 커피인 셈이다. 실제 바리스타가 하는 것처럼 분쇄된 원두 위에 원을 그리던 로봇이 움직임을 멈췄다. 걸리는 시간은 3분 가량. 맛은 인간이 내린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로봇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곧 생기겠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간이 만든 최첨단의 가전제품이나 정보기술(IT) 기기, 인간이 연구한 신기술을 뽐내던 CES가 이제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8일(현지시간) ‘CES 2020’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사우스홀 내 로봇 업체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로봇이 다양한 시연에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국내 기업인 두산의 전시관에는 바리스타 로봇과 함께 협동로봇이 DJ와 함께 사인 스피닝(Sign Spinning·광고판을 회전시키면서 시선을 끄는 퍼포먼스)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를 비롯해 일본, 중국, 미국, 유럽 지역에 판매망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선 상태다. 전시관에서 만난 동현수 ㈜두산 부회장은 “올해 협동로봇의 연간 매출은 500억원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걸음을 옮기자 일본의 대표 산업로봇 업체인 ‘화낙’이 전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경품을 뽑도록 하고 있었다. 물론 경품을 뽑아주는 것은 로봇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CR15이다. “CR15, 공 하나를 줘”라고 말하자 로봇이 공을 건넸다.
사우스홀 한 쪽에선 AI 탁구 코치 로봇인 ‘포르페우스’가 제조업체 ‘오므론’ 직원과 진검승부를 겨루고 있었다. 로봇은 머리쪽에 달린 카메라로 공이 오는 방향와 속도를 계산해 공을 받아쳤다.
또 다른 전시관으로 향했다. 로봇이 레고 블록 모양으로 쌓이고 있었다. ‘핑퐁’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로봇의 제조사는 알고보니 국내 스타트업 ‘로보라이즌’ 이었다. 카이스트 휴보 로봇 연구원 출신 임상빈 박사가 개발한 이 로봇은 정육면체 형태의 모듈로 다양한 로봇 모양을 만드는 교육용 로봇이다. 로봇을 설명하던 직원은 “보통 로봇이라고 하면 산업용·협동로봇을 많이 떠올리지만 오락용 또는 교육용 로봇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로봇산업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로봇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시스템 업체들의 참가도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 스타트업 ‘스마트 로보츠’는 산업용·협동 로봇과 연결되는 카메라 시스템을 통해 모니터에 로봇의 작업 중 오류가 있는지, 위험 요소가 있는지 보여준다. 로봇이 아닌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다.
앞으로 CES에서 로봇 전시관은 면적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인 마켓앤마켓은 산업용 로봇의 경우 시장 규모가 지난해 487억 달러(약 57조원)에서 오는 2024년 756억 달러(약 88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라스베이거스=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