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우크라이나 여객기 이란이 격추?…이란은 부인

입력 2020-01-09 14:04


8일(현지시간) 추락한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 소속 보잉 787-800 여객기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엔진에 불이 나 추락했다는 이란 당국의 초기 조사 결과에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사고 발생 시점이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한 지 5시간가량이 지난 후라는 점에서 이란이 배후에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사고조사팀을 이끌었던 제프리 구체티는 항공기록과 사고 당시 영상을 봤을 때 전형적인 엔진 고장이나 화재 사고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구체티는 “외부에서 의도적으로 불을 붙이거나 폭발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비행기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불에 붙거나, 불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항 근처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 당시 영상에는 깜깜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공 모양으로 불타는 여객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중간중간 빛이 번쩍이는 장면이 담겨있다.

구체티는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이 조작된 게 아니라면 여객기가 추락할 때 이미 불덩이였다는 뜻이며, 비행기에서 반짝이는 빛은 무엇인가 폭발했다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UIA는 조종사와 승무원 경력으로 봤을 때 이들의 실수에 따른 인재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주장하면서도 무엇이 여객기를 추락하게 했는지를 두고는 말을 아꼈다.

이란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이번 여객기 사고가 테러나 미사일 공격 때문에 벌어졌을 가능성은 없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추락 원인과 관련한 언급을 삭제하면서 성명 내용을 수정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이란 정부는 공식 부인했다.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도로·도시개발부 장관은 9일 “이번 여객기 추락이 테러분자의 공격, 폭발물 또는 격추라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계적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격추라면 여객기가 공중에서 폭발했어야 하는데 불이 먼저 붙은 뒤 지면에 떨어지면서 폭발했다”라며 “이를 본 목격자들이 많이 있고 그들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란 현지언론은 하필 이란이 이라크의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시점과 비슷한 때 이 항공기가 추락하긴 했지만 미사일 발사 지점(서부 케르만샤)과 추락 지점(테헤란)은 수백㎞ 떨어졌다는 점에서 격추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