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먼 달구는 한국인 응원 3인방 “올림픽 진출까지 응원합니다”

입력 2020-01-09 13:06 수정 2020-01-09 13:27
7일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센터 메인 코트 관중석에서 소고와 클래퍼, 태국기를 들고 포즈를 취한 한국인 응원 3인방. 왼쪽부터 이은혜씨, 김세희씨, 김보정씨.

치열했던 한국과 호주의 2022 도쿄올림픽 남자배구 아시아 예선 B조 1차전 경기. 관중석엔 유독 크게 소리를 지르며 한국 남자배구를 응원하는 3인방이 있었다. 한국 선수들이 점수를 낼 때면 태극기를 흔들며 큰 환호성을 질렀고, 상대편으로 분위기가 넘어간 순간엔 “가자”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 중 한 명은 중국 포산시에서 직장에 다니는 김보정(25·여)씨다. 그는 남자배구를 응원하기 위해 회사에 휴가까지 냈다. 7일 만난 그는 “올림픽 진출까지 힘을 보태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나머지 둘은 고교 친구 사이였다. 갓 고교를 졸업한 뒤 김세희(20·여)씨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고, 이은혜(20·여)씨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두 친구는 올림픽 진출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남자배구를 현장에서 응원하기 위해 충남 천안에서부터 중국 장먼까지 먼 길을 왔다. 중국에 있는 외삼촌 지인을 찾아 준결승까지 4장의 경기 티켓을 예매했을 정도로 그들의 열정은 컸다. 티켓 값은 한 장에 100위안(약 1만6700원)이다.

김세희씨는 “중국에서 경기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를 꼬셨다. 마카오를 들렸다가 기차를 갈아타고 다시 장먼까지 왔다. 중국어도 잘 못해 ‘팅부동(못 알아듣는다는 뜻)’만 할 정돈데 정말 힘든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김보정씨와 두 고교친구는 원래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공항에서 처음 대면했다. 소고·태극기·클래퍼(소리를 내는 응원도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서로 한국인임을 알아봤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셋 모두 프로배구 V-리그 현대캐피탈의 팬이었고, 자연스레 경기장까지 함께 오게 됐다.

“최민호(현대캐피탈) 선수를 가까이서 응원하고 싶었어요. 대학 가기 전 시간이 얼마 없어 마지막을 불태워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김세희씨의 말처럼, 그렇게 먼 길을 달려온 3인방은 ‘일당백’의 응원을 펼쳤다.

그런 그들이 아쉽게 생각하는 건 편성되지 않은 중계다. 이씨는 “여자배구는 중계를 하는데 남자배구는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김세희씨도 “남자도 올림픽 진출할 수 있다. 선수들도 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계도 없어) 마음이 아프다. 선수들도 속상할 것”이라며 “남자도 결승에 갈 수 있다”고 응원했다. 김보정씨도 “모든 팬들이 마음을 담아 응원하고 있으니 힘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8일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센터 메인 코트 관중석에서 한국에서 준비한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충남 천안의 두 친구. 왼쪽부터 이은혜, 김세희씨

천안의 두 친구는 8일 인도전에도 10만원씩 들여 준비한 한복을 입고 나타났다. 머리엔 태극기 머리띠를 한 채였다. 김세희씨는 “(호주전이) 너무 아쉬웠고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요. 카타르전이 문제에요 열심히 응원할 거에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날은 3인방 옆쪽에 한 명이 더 합류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금융권에 종사하는 중국인 치엔윈칭(28)씨였다. 한선수의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온 그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자신의 ‘최애 선수’ 한선수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2008년부터 V-리그 팬이 됐다. 중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리그 경기를 보기 어려워 1년에 2번씩은 방한해 경기장을 찾는다. 문성민(현대캐피탈)과 송명근(OK저축은행)의 팬이기도 하다는 그의 휴대폰 케이스엔 송명근 유니폼이 프린트돼 있었다.

중국인 치엔윈칭씨가 8일 중국 장먼의 장먼 스포츠센터 메인 코트 관중석에서 한선수 유니폼과 송명근 휴대폰 케이스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V-리그가 정말 좋다. 시설이 좋고 유니폼이 너무 예쁘다. 많은 중국인들이 V-리그에 관심이 있다”며 “외국인도 인터넷으로 V-리그를 볼 수 있게 중계를 열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더 많은 외국 팬들이 편하게 리그를 시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이 준결승에서 맞붙게 되면 어디를 응원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는 “중국인이니 중국을 응원하겠지만 만약 한국이 진다면 너무 슬플 거다. 한국이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중국 장먼=글·사진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