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하듯, 뽑은 피 10㏄로 조직·장기 재생 줄기세포 만든다

입력 2020-01-09 12:32 수정 2020-01-09 12:37

채혈하는 것처럼 피 10㏄ 정도를 뽑아 손상된 장기와 조직의 재생에 쓸 수 있는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신생아의 제대혈(탯줄혈액) 보관처럼 성인도 자신의 줄기세포를 보관해 미래에 닥칠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양한모 교수팀은 심장의 내막층에서 유래된 ‘순환 줄기세포(CiMS)’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왼쪽), 양한모 교수.

상대적으로 발생이 덜 이뤄진 줄기세포는 특정 조직 세포로 분화할 능력을 갖고 있어 ‘재생 의료의 꽃’으로 불린다.
기존에는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피부 조직을 떼 내 배양하거나 엉덩이에 긴 바늘을 찔러 골수를 채취해야 했다. 이 때문에 환자 불편과 어려움이 컸다. 특히 혈액 내 존재하는 줄기세포는 골수에서만 유래하는 걸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12년 노력 끝에 흔히 팔 등에서 채취하는 말초혈액 10㏄만으로 줄기세포의 배양과 추출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말초혈액 배양 중 새로 발견한 CiMS 줄기세포가 다른 장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그래서 간, 신장, 골수, 심장 이식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액을 뽑아 유전자 분석한 결과, 유일하게 심장 이식 환자에서만 확인됐다.
연구진은 “심장 내막층에 붙어 존재하던 CiMS가 떨어지면서 혈액을 타고 전신을 순환하며 손상받은 조직에 안착해 분화하면서 재생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또 CiMS 줄기세포가 심장 뿐 아니라 신경과 간, 근육, 뼈, 지방, 혈관세포 등 다양한 세포들로 분화될 수 있음을 동물실험 등을 통해 확인했다.

김효수 교수는 “환자나 건강한 사람 모두 간단하게 뽑은 피 10㏄에서 CiMS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제대혈처럼 무제한 동결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 해동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제대혈은행과 마찬가지로 성인도 CiMS 은행을 구축해 미래 질병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선 현재는 금지돼 있는 줄기세포 배양 등 법 규제 완화와 바이오벤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