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마클 부부, 영국 왕실서 독립한다…“북미 오가겠다”

입력 2020-01-09 10:35
영국 해리 왕자(우)와 메건 마클 왕자비(좌). 뉴시스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8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에서 물러나 독립적인 삶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BBC는 이날 해리 왕자 부부는 영국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버킹엄궁에서 성명을 통해 “수개월간 심사숙고와 내부 논의 끝에 올해 이 제도 내에서 진보적인 새로운 역할을 개척하기 위해 변화를 선택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시니어 왕실 가족 일원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한편 재정적으로 독립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시니어 왕실 가족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통상적으로 왕실 내에서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와 찰스 왕세자를 포함한 여왕의 직계 자녀, 찰스 왕세자와 직계 자녀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부부를 뜻한다.

해리 왕자 부부는 앞으로 영국과 북미에서 균형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를 통해 우리 아들이 왕실의 전통에 대해 감사함을 가하면서도 자선단체 설립을 포함해서 인생의 다음 단계에 집중할 기회를 우리 가족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왕실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여왕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이어갈 것”이라며 “여왕과 영국연방, 후원자들에 대한 의무를 계속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여왕과 부친인 찰스 왕세자, 형인 윌리엄 왕세손 등 모든 관련 당사자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뉴스는 이번 발표가 그동안 왕실 가족 일원으로 해리 왕자 부부가 받아왔던 압박감을 드러낸 동시에 다른 형식의 삶에 대한 그들이 원하고 있는 것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해리 왕자는 할리우드 여배우 출신 메건 마클 왕자비와 결혼한 이후 형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불화설에 시달려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출연한 I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윌리엄 왕세손과의 불화에 대해 질문받고 “우리 형제는 좋은 날과 나쁜 날을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당시 해리 왕자가 불화를 인정했다는 해석과 그가 왕실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왔다.

영국 해리 왕자(좌)가 아들 아치(가운데)를 안고 메건 마클 왕자비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 왕자는 왕실의 일원으로서 공적 임무에 따른 중압감과 언론으로 인한 고통에 대해서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시 해리 왕자 부부는 이러한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아프리카에 살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마클 왕자비는 인터뷰에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의 황색 보도 행태에 불만을 토로했고, 해리 왕자는 더선, 데일리미러 등이 마클 왕자비의 휴대전화를 해킹했다며 “어머니를 죽음에 들게 한 게임에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해리 왕자 부부는 마클 왕자비가 그의 아버지 토머스 마클에게 보낸 편지 원문과 파파라치 사진 등을 실은 언론을 고소하기도 했다. 해리 왕자의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파파라치의 추적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BBC는 해리 왕자가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과 그의 세 자녀에 이어 왕위 계승 서열 6위라면서 이번 발표가 후계 구도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