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맹탕수사와 소신행정의 불협화음

입력 2020-01-09 10:08 수정 2020-01-09 11:06

광주 민간공원 특례사업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8일 광주시청 주변은 크게 술렁였다. 새해 벽두부터 수뇌부 전체가 마비되는 등 광주시청이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즈음 검찰이 정종제 행정부시장 등 5명을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 공무원들은 ‘불행 중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4월 경실련 고발 이후 9개월 동안 전방위 수사를 펼친 검찰은 이날 철근회사를 운영하는 이용섭 시장의 동생을 알선수재 혐의로, 정 부시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이 시장 동생의 비리연루가 처음 베일을 벗는 순간이었다.

그는 특례사업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호반건설에 철근 1만7112t을 113억원에 납품해 부당한 이익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 검찰은 A4용지 10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 시장 동생이 “형에게 알선해 편의를 제공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철근을 납품하고 통상 이익의 4배를 봤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초 특례사업에서 탈락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차지하는 ‘시발점’이 된 특정감사의 구체적 배경과 금품수수 등의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20~30여명의 공무원을 6~8회씩 모두 100차례가 훨씬 넘게 소환조사하는 강행군을 펼친 수사결과로는 매우 초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도 검찰이 수사를 종결하자 ‘맹탕수사’ ‘부실수사’ ‘반쪽수사’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쏟아진 핵심의혹이 명확히 풀리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여전해서다. 검찰이 민간사업자 교체에 악용했다고 규정한 특정감사의 최종 지시자를 밝혀내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일부 시민들은 ‘발포명령자’ 없는 5·18 진상규명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에둘러 지적하고 있다.

비리의혹을 비껴간 이용섭 시장의 일관된 ‘소신·혁신 행정론’도 눈총을 받고 있다. 그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 “검찰이 특정감사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소신행정, 혁신행정의 결과다” “동생은 호반과 거래해 오히려 금전적 손해를 봤다” “공무원들이 채점을 잘못해서 스스로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평소 ‘청렴’을 무엇보다 강조해온 이 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향후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올해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그는 더 나아가 “나도 연말에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예수님이나 부처님도 이런 식으로 수사하면 걸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검찰수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수사착수 이후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깜깜이 수사’를 고집해온 검찰은 ‘결정적 한방’이 없는 수사결과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한계를 노출했다. 이 시장 역시 150만 시민을 이끄는 광주시정의 최고 결정권자이자 무한 책임을 갖는 시장으로서 ‘나만 깨끗하면 두려울 게 없다’는 안일한 인식을 감추지 못했다.

알맹이가 빠진 검찰수사와 비뚤어진 혁신행정을 고집하는 광주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때보다 곱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곱씹어봐야 한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