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박정호 사장 ‘AI 초협력’ 제안…“사명 변경도 검토”

입력 2020-01-09 09:03 수정 2020-01-09 09:05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세계최대 전자·가전 박람회 ‘CES 2020’에서 인공지능(AI) 초협력을 제안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뭉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MNO) 서비스를 넘어 AI·미디어·사물인터넷(IoT)·커머스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ICT 기업을 지향하는 만큼 이에 맞는 사명 변경도 시사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로리스 더 프라임 립(Lawry's The Prime Rib) 레스토랑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해인 만큼 국내 업계가 AI에 있어 의미 있는 ‘초협력’을 해야 한다”며 “국내에 ‘잘하는 플레이어’가 능력을 합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유저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AI 분야에서 이미 ‘초협력’을 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주요 기업 간 협력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박 사장은 앞서 하루 전 삼성전자 IM부문장인 고동진 사장과 CES에서 가진 현장미팅에서도 AI 분야 초협력을 제안했고, 고 사장도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화답했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미디어 분야에서 ‘웨이브(wavve)’가 초협력의 대표 사례라고 꼽았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지상파 3사와의 통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출범시킨 바 있다. 또 같은 사업 영역에서 경쟁해온 카카오와도 지분 교환을 하며 AI 분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제안으로 관련된 후속 논의들이 진전될 것으로 SK텔레콤은 기대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SK텔레콤의 사명 변경도 시사했다. 시장에서 통신회사가 아닌 ‘ICT 복합기업’으로 재평가받겠다는 포부다. 박 사장은 “SK텔레콤 사명을 바꿔도 된다는 논의의 시작점에 와있다”며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SK하이퍼커넥터’ 등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변화의 길목에 있다. 빠르면 올해 말이나 2~3년 정도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무선 사업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매출의 절반을 넘보는 시점에서 기업 정체성에 걸맞은 사명을 가질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원스토어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MNO 부문과 New ICT(미디어, 보안, 커머스) 부문을 분리한 ‘듀얼OS’ 경영 체제를 도입해 기업가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이 제시한 새로운 사업 비전은 ‘유료가입자 1000만의 종합 미디어 회사’, ‘연 매출 1조 클럽 넘어선 ICT 융합 보안 회사’, ‘국내·외 협력을 통한 커머스 업계 게임 체인저’다. MNO는 5G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B2B(기업 간 거래)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도이치텔레콤, 싱클레어 등 글로벌 ‘Big Player’ 들과 협력을 맺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협력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번 CES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 CEO와 만나 5G MEC(모바일 엣지 컴퓨팅) 기반 클라우드 사업을 논의했고, 조만간 성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앞서 글로벌 전기차 기업 바이톤과도 협력 강화에 대한 뜻을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이 CES 전시장 내 아마존 부스에서 앤디 제시(Andy Jassy) 아마존웹서비스(AWS) CEO와 악수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