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할머니 코뼈 부러트린 30대男… “기억 안 날리가” 손녀 호소

입력 2020-01-09 06:25
SBS화면캡처

‘부천 70대 할머니 폭행’ 피해자 손녀가 “가해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도록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하도록 도와달라”며 “정의롭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일 경기 부천시 심곡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면식 없는 70대 노인을 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겁에 질려 달아나는 노인을 뒤쫓아가 재차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할머니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던 중이었다. 코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 할머니는 경찰에 “갑작스런 폭행을 피해 집으로 도망쳤지만 아파트 1층 현관까지 쫒아와 손과 발로 무참히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비명을 듣고 나온 아파트 주민은 폭행을 목격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파트에 들리기 전 부천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과 함께 소주 3~4병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청원인은 “취객이 갑자기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을 마구잡이로 때리고 발과 무릎으로 등과 허리를 무차별적으로 때렸다. 할머니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필사적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화재 경보벨을 누르려 하자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 머리 등을 가격했다. 할머니는 무서워서 ‘돈이 필요하면 돈을 주고, 술이 필요하면 술을 사줄테니 같이 집으로 가자’고 애원하니 가해자는 잠깐 멈칫했다”고 적었다.

그는 ‘멈칫했다’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약자인 할머니에게 접근했다. 건장한 남성이었던 목격자가 나타나자마자 폭행을 즉시 멈추었다. 대상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술로 인해 당시 폭행한 기억이 없다는 모순되는 진술을 반복하고 있다. 주취자라는 것을 이용해 회피하고 있다. 가해자가 멈칫한 부분에 폭행의 목적이 분명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금품을 갈취하려 할머니를 폭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술을 먹어서 기억이 나지 않으면 이유 없이 사람을 때려도 되는 걸까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까요? 이런 사회가 과연 안전한 사회일까요?”라며 “마구잡이 주먹질로 인해 생긴 얼굴 전체 부기가 많이 사그라들어 이제 눈이 떠지긴 하지만 코뼈랑 눈뼈 그리고 허리척추 골절, 치아 등 심한 부상을 당한 상태다. 경과를 지켜보며 고통을 그대로 참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가해자는 멀리서부터 할머니를 바라보며 걸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지금도 모자를 쓴 사람만 보면 온몸이 떤다”며 “우리 사회를 위험하게, 집 앞마저 마음 편히 나가지 못하게 하는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해 다시 이런 일이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