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씨가 방송에 출연해 연쇄살인 범죄자 정남규를 떠올리며 섬뜩해 했다.
MBC ‘라디오스타’ 8일 방송에 출연한 권씨는 범죄 프로파일링을 설명하며 연쇄살인마를 수사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범죄 프로파일링은 범인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라며 “표창원 의원이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난 현장에서 직접 적용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권씨는 여러 연쇄살인마를 언급하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범죄자로 정남규를 꼽았다. 그는 “정남규와 우연히 옆에 앉게 돼 대화를 나눴는데 등골이 서늘했다”며 “정남규가 범행 당시를 회상하는데 당시와 같은 미소를 지어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남규 집을 압수수색했을 때 내 사진이 스크랩돼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권씨는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시신을 2000구 이상 봤고 어금니 3개가 빠졌다”며 “3개월 동안 아내를 설득해 퇴직했다”고 전했다.
정남규는 2004년 1월 경기 부천에서 12세·13세 소년 두 명을 살해한 후 2006년 4월 22일 검거됐다. 총 14명을 살해하고 19명에 중상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 당시 단순 강도상해범으로 처리될 뻔했지만 연쇄살인 자백을 받아낸 인물이 권씨다. 권씨는 정남규가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진범이라고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했었다.
정남규는 프로파일러들이 꼽는 악명 높은 인물이다. 특히 재판 도중 “사람을 더 죽이지 못해 우울하고 답답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급기야 2009년 11월 감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언제 사형당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더이상 사람을 죽일 수 없으니 스스로를 죽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씨는 연쇄살인마 강호순을 만났던 경험도 들려줬다. 그는 “강호순은 유난히 지능적이고 생각이 많은 범죄자였다”고 말했다. ‘자기관리형’ 범죄자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강호순의 경우 첫 만남 당시 ‘물이라도 한 잔 떠와야 나와 이야기할 것 아니냐’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이럴 때 물을 떠다주면 입장이 바뀌는 것”이라며 “‘난 너와 대화하러 온 사람이지, 물 떠다 주러 온 사람이 아니다. 물은 내가 필요할 때 갖다 주겠다’는 이야기가 오갔었다”고 설명했다.
강호순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을 저질러 2009년 1월 27일 검거됐다. 2005년 10월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장모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처를 살해한 이래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에서 연쇄적으로 여성 7명을 납치해 살해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