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전면전’ 위기 앞에서 브레이크 잡았다

입력 2020-01-09 03:59 수정 2020-01-09 04:33
트럼프 “이란에 강력한 추가 경제제재 즉각 부과할 것”
트럼프 “강력한 무기 있지만, 이란에 사용하고 싶지 않아”
트럼프 “이란 공격에 단 한명의 사상자 없어”
트럼프 “이란 물러설 것으로 보인다”
대선 앞둔 트럼프, 전면전 우려에 ‘군사적 보복 카드’ 미룬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이 7일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 2곳에 대해 폭격을 가한 데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줄 오른쪽)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앞줄 왼쪽)의 모습도 보인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우리의 강력한 무기들을 이란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군사적 보복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면전 우려까지 제기됐던 위험상황에서는 일단 벗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란이 7일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 2곳에 대해 폭격을 가한 데 대해 대국민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이란 정권의 어젯밤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미국인은 없다”면서 “우리는 사상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모든 군인은 안전하며 단지 최소한의 피해가 우리 기지들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위대한 미군은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이란은 물러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미국이 이란 군부지도자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던 작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가 오랜 기간에 걸쳐 잔인한 테러 공격을 주도해 수천 명의 미군이 사망하거나 숨졌다”면서 “솔레이마니는 오래전에 제거됐어야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군사적 보복 대신 강력한 경제제재를 택했다. 그는 “미국은 여러 옵션들을 계속 검토하면서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강력한 추가 경제 재재를 이란에 즉각 부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강력한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우리는 (이란에) 그것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최고의 (전쟁) 억지력”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들에게 중동 사태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새로운 합의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탈퇴했던) 이란 핵합의 유산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우리는 힘을 합쳐서 이란과 새로운 합의를 맺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이 위대한 미래를 누리길 바란다”면서 “미국은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평화를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다”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군사 보복을 피하면서 미국·이란 정면충돌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재산에 대해 공격할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며, 불균형적인(disproportionate)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강공책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한발 물러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응징 카드를 구사하지 않은 데에는 이란과의 전면전 우려가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란과 전쟁을 벌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보복 공격에 미군 희생자가 없었던 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또 유럽 국가들을 통해 미국·이란 사이의 물밑대화가 진행 중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 카드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