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 정보를 이란 관료들로부터 넘겨받은 뒤 이를 미국 측에 미리 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도 미군 측 인명 피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공습 장소를 귀띔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고 메시지를 보내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차단했다는 것이다.
미 CNN은 8일(현지시간) 아랍권의 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이라크가 이란으로부터 구체적인 미군기지 공격 정보를 넘겨받은 뒤 어느 기지가 미사일 포격을 받을 것인지 미국 측에 사전 경고해줬다”고 보도했다. 한 미국 국방부 관료도 “이라크 관료들이 이란으로부터 특정 기지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아딜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의 발언과 배치된다. 압둘 마흐디 총리는 앞서 트위터를 통해 “8일로 넘어가는 자정 즈음 이란으로부터 보복 작전을 개시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공격은 이라크 내 미군기지로 한정될 것이라고 전달받았는데 정확히 어느 지역인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CNN은 다수의 소식통 발언들을 종합해봤을 때 이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압둘 마흐디 총리는 자정 즈음 이란에게 공격 개시 통보를 받고 거의 동시에 미국 측으로부터 이란의 미사일이 아인 알사드 공군기지와 에르빌의 하리르 공군기지에 떨어졌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미사일 발사된 시각은 오전 1시20분쯤으로 총리가 말한 시점과 1시간 가까이 차이가 난다. 충분한 시간 전에 이라크 측에 구체적인 타깃 장소가 전달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군이 사전에 공격 계획을 통지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미군 사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추정도 덩달아 힘을 얻고 있다. AP통신은 이란의 이번 공격과 관련해 한 덴마크 교수의 TV논평을 인용해 “복수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최소 수준에서 공격이 실행됐다”고 전했다. CNN은 이란이 미군기지 주변 경비 인력이 최소화되는 시간대를 공격 시점으로 잡았다는 점도 강조하며 “미국인을 살해하도록 설계된 공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