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우리 수준 제대로 알았으면…외국 나가면 어깨 으쓱해져”

입력 2020-01-08 20:50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문화예술의 수준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며 한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경제적 수준만 발전했을 뿐 문화·민주주의·시민의식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도 탈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열린 ‘2020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우리의 수준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문화는 세계가 찬탄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전 세계가 극우주의나 포퓰리즘의 부상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데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문화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전 세계가 경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많은 분들이 고정관념처럼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아주 성장했지만 문화·민주주의·시민의식은 아직 멀었다고 하거나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 됐지만 나머지 분야는 아직도 후진국이야’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며 “우리는 경제뿐 아니라 문화예술에 있어서도, 민주주의에서도, 또 우리 시민의식에 있어서도 경제력 못지않게 아주 자랑스러운 나라가 돼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하며 살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언급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점심을 함께 했는데, 블랙리스트 사태 때문에 우리 문화예술의 자유에 고통을 준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다고 한다”며 “다시는 그런 일(블랙리스트 사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문화예술인들의 생활 안정과 창작을 지원하고, 복지 수준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을 언급하며 큰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운을 뗀 문 대통령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서 한국 영화 100년의 저력을 보여주는 쾌거”라고 치켜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배우 문소리(왼쪽부터), 조정래 작가 등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한국 드라마와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들을 만나면 가장 주된 환담 소재가 우리 드라마”라며 “베트남 총리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방영할 때면 붐비던 거리가 한산해진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K팝도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아주 대단하다. 제가 아랍에미리트 연합을 갔을 때 히잡을 쓴 여성들이 ‘떼창’을 하는 것을 보며 감격스러웠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방문 때 방탄소년단을 꼭 데려와달라고 신신당부하더라. 폐쇄적 사회인데도 그만큼 K팝이 환영받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문화예술은 대한민국을 빛내주고 대한민국을 아주 자랑스러운 나라로 만들어주고 있다. 덕분에 저도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