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엠비전 에스’에 올라탔다. 지금까지의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내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운전자석과 조수석, 1열, 2열로 나뉘는 개념이 아니라 가장자리에 빙 둘러앉게 만들어진 자동차 시트가 낯설었다. 기어도 없고 터치식 또는 버튼식으로 조작되는 그 어떤 장치도 없었다. 그새 넓은 앞유리창 아랫부분의 스크린에 탑승자를 환영하는 인사가 나타났다. ‘웰컴 영상’이다.
“오늘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는 게 어때?” 자동차가 내게 물었다. ‘O’ ‘X’ 버튼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X’를 향해 허공에서 손짓하자 “팝가수를 만나보는 건 어때?”라는 다음 메시지가 나타났다. ‘O’ 버튼을 향해 손짓하자 팝가수들의 앨범이 스크린에 나열됐다. 손짓으로 한 외국 가수의 앨범을 선택하자 곧 음악이 나왔다. 내부 조명의 색은 초록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운전 모드를 자율주행에서 수동 모드로 바꾸자 앞면 유리창 및에서 스티어링휠이 나왔다. 내부 조명은 ‘수동 모드’를 나타내는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조명 색은 차량 외부에도 표시된다. 다른 차들도 탑승객의 기분이나 운전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운전을 하려고 보니 사이드미러가 없었다. 어디있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전시장을 안내하던 직원이 말했다. “카메라를 보세요”. 운전석 앞에 있는 카메라가 내 눈을 인식하고, 시야가 움직이는 방향의 상황을 전면 스크린에 보여준다.
올해 CES에선 자동차 업체들이 대부분 전기 구동 자율주행차를 들고 나왔다. 자율주행차 전시는 최근 모터쇼와 CES 등에서 계속돼왔지만 올해 ‘보다 진화한 모빌리티’는 인간과 자동차가 서로 연결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도심형 완전자율주행차량 엠비전 에스를 전시하고, 이 자율주행차량이 운전자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보여줬다. 엠비전 에스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전동화, 램프 등 현대모비스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콘셉트 차량이다.
‘미래 모빌리티 DIY’도 선보였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자율주행차량을 만드는 것이다. 차량을 소유하는 사람은 차량의 크기와 색, 패턴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자율주행차는 궁극적으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으로 구동된다.
아우디는 ‘AI:ME’를 통해 모빌리티와 인간의 소통을 보여줬다. AI:ME는 시선을 추적하는 기능을 통해 탑승자와 차량과 직관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하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드넓게 펼쳐진 산봉우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가상 비행’을 즐길 수도 있다.
‘아우디 인텔리전스 익스피리언스’는 자동차가 어떻게 스스로 생각하고 심지어 교감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용자의 주행 스타일과 생체 기능을 관찰하고,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설정을 조정할 수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 미래 모빌리티를 만든다’는 기조로 제작한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AVTR’를 이번 CES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를 위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 등 영화 아바타 제작팀과 협업을 진행했다.
CES 기조연설에 나선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그룹 회장은 “사람과 기계와의 연결을 위해 플라스틱 손잡이나 스티어링 휠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면서 “외부에서 내부로 향하는 접근 방식은 탑승자들과 주변 환경을 연결하고, 생체공학적인 덮개와 같은 표면 요소 등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