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회장-일본 사법당국, 기자회견 앞두고 장외공방

입력 2020-01-08 18:02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과 부인 캐롤이 지난해 4월 변호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의 8일(현지시간) 인터뷰를 앞두고 곤 전 회장과 일본 사법당국이 장외 공방을 이어나갔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불법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단은 7일 성명을 통해 “곤 전 회장을 둘러싼 닛산의 내부 조사는 완전한 왜곡”이라며 “닛산의 내부 조사는 (곤 전 회장이 추진했던) 닛산과 르노의 통합을 피하기 위해 곤 전 회장을 끌어내린 사실을 전혀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검찰에 곤 전 회장의 부정을 고발한 하리 나다 닛산 임원을 지목해 “죄를 범한 사실을 인정한 사람을 계속 고용하는 것은 우량기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하리 나다는 곤 전 회장의 체포와 관련해 일본 검찰과 감형 협상(플리바게닝)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닛산 경영진이 닛산과 르노의 통합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와 손잡고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입장인 곤 전 회장은 8일 레바논에서 여는 기자회견에서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앞서 곤 전 회장은 탈출 직후 일본의 사법 제도가 유죄를 전제로 하며 기본적인 인권을 부정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전 회장의 부인 캐럴 곤에 대해 위증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캐럴은 지난해 4월 곤 전 회장의 특별 배임 혐의와 관련해 공판 전 증인신문을 받을 당시 닛산의 자금 흐름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만 판매대리점의 인도인 간부와의 관계에 대해 허위 증언했다고 도쿄지검은 의심하고 있다. 도쿄지검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레바논에 머물고 있는 캐럴을 체포하기는 쉽지 않다.

신병 확보 가능성이 불투명한 캐럴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뒤 피의사실까지 공표한 도쿄지검의 예외적 행동은 장외 공방을 염두에 두고 곤 전 회장 측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곤 전 회장이 아내와의 면회를 허용하지 않은 보석 조건 등을 비판한 것에 맞서 캐럴 역시 피의자라는 점을 명확하게 할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외무성은 도쿄지검이 캐럴에 대해 위증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는 내용을 일본 주재 외신 기자들에게 영문으로 배포하는 등 평소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