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여객기, 이란서 추락…탑승자 176명 전원 사망

입력 2020-01-08 17:29
이란 테헤란 외곽의 농경지에서 8일 이맘 호메이니 공항 이륙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부서진 잔해가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보잉 737 여객기가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란군이 이날 새벽 가셈 솔레이마니 폭살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미사일 로켓을 퍼붓는 와중에 사고가 발생해 미국·이란 대결 국면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현재로서는 기체 결함에 따른 사고로 추정된다.

이란 국영텔레비전과 외신 등에 따르면 테헤란에 위치한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우크라이나 민간항공기가 이륙 직후 갑자기 추락해 불길에 휩싸였다. 항공기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맘 호메이니 공항 관계자는 사고 항공기에 승객 167명, 승무원 9명 등 총 176명이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승객들 대다수가 이란인이었다고 전했다. 키예프 보리스필 공항 관계자는 AP통신에 “이 비행편은 주로 겨울 방학이 지나고 우크라이나로 돌아오는 이란 대학생들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항공기가 추락한 테헤란 남서부 파란드와 샤리아 사이 지점으로 4기의 헬리콥터와 22대의 앰뷸런스가 출동했으나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구조 책임자는 이란 국영TV에 “불길이 너무 강해 구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고 소식이 알려진 후 즉각 오만 방문을 중단하고 귀국 길에 올랐다. 그는 성명을 통해 “비극적 참사에 사망자 및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잠정 조사에 따르면 모든 승객, 승무원이 숨졌다. 우리 대사관은 참사 경위와 사망자 명단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락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기술적 결함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란 도로교통부 대변인은 “사고 항공기가 오전 6시쯤 공항을 이륙한 직후 여러 엔진 중 하나에 불이 붙었고, 조종사가 기체에 대한 통제력을 잃으면서 항공기가 지상으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이란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비행기는 엔진 고장으로 추락했다. 현재로선 테러 가능성은 배제됐다”고 밝혔다.

사고 항공기는 보잉 737-800기로 확인됐다. 중·단거리에 비행에 사용되는 항공기로 1990년대 후반에 도입돼 전세계에서 수천 대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2년간 두 차례 추락 참사가 발생한 보잉 737 맥스보다 노후화된 모델이다. UIA는 사고기를 2016년에 도입해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사는 “이란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를 주시하고 있으며 추가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