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피해자의 오빠라고 주장하는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당시 담당 경찰관들을 강력히 비판했다. 해당 경찰관들은 피해자의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A씨는 8일 국민청원 페이지에 ‘경찰이 은폐한 30년, 이춘재 화성 초등생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당시 수사 과정에서 경찰들이 저지른 과오가 명명백백히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그 행위에 대해 합당한 처벌과 불이익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A씨 동생 B양은 1989년 7월 7일 낮 12시30분쯤 화성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B양이 초등학교 2학년이던 때였다. 경찰은 같은 해 12월 B양이 실종된 당일 입고 나갔던 치마와 책가방을 발견했지만 이를 가족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이후 B양은 ‘가출인’으로, 이 사건은 ‘단순 실종 사건’으로 분류됐다.
그대로 묻힐 줄 알았던 이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 이춘재가 자백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춘재는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으로 야산에 올라갔는데 한 어린아이가 지나가길래 몇 마디 나누다가 일을 저질렀다”며 “목을 매려고 들고 간 줄넘기로 양 손목을 묶고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춘재의 자백 전까지 B양이 살해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A씨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경찰의 말을 믿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2019년 10월 이춘재의 자백으로 살해된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몸져누우셨다”고 했다.
A씨는 “당시 수사관들은 아버지와 사촌을 조사한 적도 없으면서 진술서까지 허위로 작성한 뒤 막도장과 지문을 찍었다”며 “동생의 시신과 옷가지를 발견하고도 손수 삽으로 묻어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동생의 옷가지를 발견했을 때는 아버지가 경찰서를 수차례 찾아가 수사 진척 상황을 물어보던 때였다”고 강조했다. A씨는 “그 30년 전에 동생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만이라도 알 수 있었다면, 옷가지만이라도 챙길 수 있었다면 이렇게 철저한 고통 속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춘재보다 더 큰 분노를 경찰에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계장과 형사 등 2명은 지난달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혐의로 정식 입건됐다. 다만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모두 만료된 상태라, 이들은 강제수사뿐만 아니라 형사처벌도 받지 않게 된다. A씨는 “이 사실이 너무나 개탄스럽다”면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족의 상황에 대해서도 전했다. A씨는 “이춘재의 자백으로 한 차례 충격을 받았다가 경찰들의 만행이 드러난 후부터는 가족 모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어머니는 지금도 동생을 데려오라고 ‘헛말’을 하신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는 ‘경찰은 누가 잡아야 하냐’ ‘딸을 두 번 죽였다’면서 하염없이 우신다. 아무것도 모른 채 동생만을 기다렸던 가족의 한을 풀 방법은 해당 경찰관들이 처벌받는 것”이라며 “동생의 넋을 기릴 수 있도록 국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청원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