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면 한다” 보여준 이란… 중동 정세 분수령

입력 2020-01-08 17:24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 사령관의 죽음에 보복하겠다는 말을 실행에 옮겼다. 이란군은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새해 들어 미국과 이란이 고강도 군사행동을 주고받으면서 양측이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다만 더 이상의 사태 악화는 부담스러운 양측이 당분간 추가 행동을 멈추고 관망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8일 오전 1시20분(현지시간)을 기해 이라크 서부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북부 에르빌 기지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고 미국 CNN과 이란 파르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작전명을 ‘순교자 솔레이마니’로 명명하며 솔레미아니 사령관 살해에 대한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드론 공격을 받아 숨진 시각인 오전 1시20분에 맞춰 작전을 개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과 이라크가 입은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미군이 레이더로 이란 탄도미사일을 발사 시점부터 추적했으며 인원들은 사전에 방공호로 대피해 사상자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라크 측은 이란 미사일 22발이 자국 영토로 날아왔으나 보안군 병력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대부분 인적 없는 공터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국영 언론은 미군이 80명 이상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현재로서는 과장 보도일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미국이 반격에 나설 경우 미국 본토는 물론, 미국에 협조하는 제3국도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명수비대는 아랍에미리트(UAE) 도시인 두바이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란은 친미 성향인 UAE가 이란을 적대하며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해왔다고 비난해왔다. 아울러 혁명수비대는 레바논의 친이란 세력인 헤즈볼라를 동원해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하이파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對)이란 강경 기조를 이어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사일 공격에 격분해 전면전을 선포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왔다. 백악관 인근 경비가 강화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밤늦게 대국민 연설을 한다는 얘기가 워싱턴에 돌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각국 정부는 이란과 이라크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소개령을 내렸고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란 영공을 피해 우회 비행을 했다. 테헤란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하고 이란 핵시설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으나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절제된 태도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과 긴급회의를 가졌으나 즉각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미군 피해가 경미한 수준인 점을 감안해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막고 상황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이란이 미국의 과도한 대응을 막으려고 의도적으로 인명 살상을 피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란은 미국의 보복을 추가 타격의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어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서지만 않는다면 양국 간 긴장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