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절친 캄보디아, 대북재제 철저히 이행하는 이유는?

입력 2020-01-08 17:15
훈센 캄보디아 총리. EPA 연합뉴스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인 캄보디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캄보디아 정부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자국 내에서 북한인이 운영하던 모든 사업을 폐쇄했다고 일간 크메르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캄보디아 관광부는 지난해 12월 22일까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북한 식당 네 곳과 유명 관광지인 시엠레아프주(州)에 있던 북한 식당 두 곳을 모두 폐쇄했다.

유엔 안보리가 2017년 12월 22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의 8항은 북한의 달러벌이를 막기 위해 유엔 회원국이 자국 내 모든 북한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했다. 이행 기간은 결의안 채택일부터 24개월로 지난해 12월 22일까지였다.

캄보디아 관광부는 또 북한인들이 운영하던 10개 투자 회사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시엠레아프주 앙코르와트 사원 입구에 북한이 2100만달러(약 243억원)를 투자해 2015년 12월 개관한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도 지난해 12월 중순 운영을 중단했으며 직원들은 모두 북한으로 돌아갔다. 캄보디아 이민국은 “지난해 12월 22일 현재 캄보디아에는 북한인 182명이 있었다. 이 가운데 179명이 출국했다가 62명이 관광비자로 재입국했었으며 현재 9명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는 냉전 시절 남한을 배제하고 북한과 수교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2012년 별세한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은 생전 김일성 북한 주석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1979년 폴 포트 정권 몰락 이후 해외로 도망쳤던 시아누크 전 국왕은 망명 기간 북한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만큼 1993년 왕위 복귀한 이후에도 남한과의 수교에 반대했다.

하지만 같은 해 유엔이 주관한 선거를 통해 시아누크 전 국왕과 함께 공동총리가 된 훈센 현 총리가 실권을 장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실리주의를 추구하는 훈센 총리는 1997년 남한과 국교를 수립했다. 한국의 투자와 차관을 받아내기 위해 캄보디아 정부가 북한 문제를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훈센 총리가 장기집권하면서 한국과의 우호 기류는 더 뚜렷해졌다. 북한이 2016년 2차례에 걸쳐 핵 및 미사일 실험을 했을 때 캄보디아 정부가 한반도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야당 탄압 중단과 인권 개선 등을 요구하며 무역 특혜 철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도 캄보디아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또 최근 해빙무드에 들어간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캄보디아는 입헌군주국이고 노로돔 시하모니 현 국왕도 북한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캄보디아가 북한과 완전히 결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1월 9일 캄보디아 독립 66주년에 즈음해 시하모니 국왕에게 보낸 축전을 통해 “양국의 전통적인 친선 협조 관계 역사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외관계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캄보디아 정부의 속내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