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한국당’이냐, ‘자유공화당’이냐…기로 선 보수통합

입력 2020-01-08 17:15 수정 2020-01-08 17:23
친박 “탄핵 오적 정리하고 우리공화당과 통합”
비박 “기득권 버리고 새보수당과 통합 필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20년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

보수 종가를 자처하며 야권 재편작업을 주도하려던 자유한국당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당 간판을 내리고, 개혁보수 신당을 창당하자는 새로운보수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세우며 유승민계를 빼고 통합하자는 우리공화당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 하게 된 것이다. 유승민 의원의 보수재건 3원칙(탄핵 극복, 개혁보수, 새집 짓기) 수용 여부를 두고도 당내 계파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모든 반문(反文)세력을 아우르겠다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생각과 달리, 통합 작업이 ‘자유공화당(한국당+우리공화당)’이냐, ‘새로운한국당(한국당+새보수당)’이냐의 양자택일 문제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새보수당은 8일 황 대표의 3원칙 수용 선언이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이를 작심 비판했다. 하태경 책임대표는 당대표단 회의에서 “보수재건 3원칙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우냐”며 “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이기는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친박계를 겨냥해 “3가지 원칙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길 각오가 있으면 다른 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며 “새보수당이 한국당에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 같이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스스로 자기 자리를 잃을까 봐 그러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작은 기득권에 집착해 보수당의 앞날을 망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 내 비박계 의원들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비박계로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김성태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뭉쳐야 이길 수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또다시 스멀스멀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기득권에 사로잡혀 통합의 열차가 제대로 출발하지 못하고 손님도 골라 태운다며 미적거린다면, 도도한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아병적 태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친박계는 당을 버리고 떠난 탈당파들이 통합 조건을 제시하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속을 끓이고 있다. 통합 후 쇄신의 칼날이 친박계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반발을 부르는 요소다. 한 친박계 의원은 “나라가 위기인데 지금 만원짜리인지 천원짜리인지 가릴 때냐. 나쁜 사람들”이라며 “당내 탄핵 오적들을 정리한 뒤 우리공화당과 통합해 덩치를 키우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간 통합 논의에서 소외됐던 우리공화당은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 논의가 벽에 부딪히자, 적극적으로 빈틈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이른 시일 내에 황 대표와 만나 선거 연대를 포함한 별도의 보수 통합 구상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공화당이 이른바 탄핵 주도 세력으로 규정한 새보수당을 뺀 통합 안이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게도 이 같은 계획이 보고됐다고도 했다. 유 의원과의 통합에 반감을 갖고 있는 한국당 내 친박계를 공략하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칙은 한국당에서 제시하고, (새보수당이) 순응할지를 결정해야지 거꾸로 됐다. 친박 의원들도 대부분 같을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논란 후 두 달 만에 재개된 당 인재영입 행사에 참석한 황 대표는 “오늘은 인재영입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한국당은 이날 북한에서 불의의 사고로 왼팔과 다리를 잃은 후 ‘목발 탈북’을 한 인권운동가 지성호씨와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체육계 미투’의 물꼬를 튼 김은희씨를 영입 인재로 발표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