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집 산다고? 너 투기!” 부동산과의 전쟁 어디까지 가나

입력 2020-01-08 17:07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전쟁이 해를 넘겨서도 계속될 분위기다. ‘공급 등 시장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투기가 문제’라는 정부의 시각과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지난 하반기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렸다’는 시장 내 공감대가 엇갈리면서 부동산 안정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묘연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국민과의 대화에 이어 시장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서울시 역시 전날 “서울 집값 상승은 공급부족보다 유동자금과 매물잠김 문제”라며 투기와 불안심리를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12·16 대책에 이은 추가 부동산 규제가 새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에 시장의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계속되는 강경 규제에 충분한 학습효과를 축적한 시장과 실수요자들이 정부 예상대로 움직여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특히 겹겹의 다층 규제를 통해 투기자본에 대한 다각도 안전장치를 갖춰놓고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치솟았던 최근 시장 움직임을 애써 외면한 채 ‘만물투기설’에 가까운 시장 몰아세우기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해 들어 가장 불만이 터져 나오는 지점은 청약 1순위 의무거주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한 대목이다.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을 가진 청약자를 배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엄두가 안나게 오른 서울 시내 가격에 치여 경기도권으로 망명, 내 집 마련을 준비했던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주거마련 계획이 근본부터 흔들리며 직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울분이 터져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입법예고한 청약 1순위 의무거주기간 관련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소개한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수백건의 댓글이 달렸다. 당연히 개정안에 반대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미 전입을 완료하고 1년 이상 거주 조건을 충족한 실수요자에게는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는 내용, 해당 지역 주민이었으나 해외 및 지방 근무 등으로 요건을 채우지 못해 불이익을 보게 된 사람들은 구제해줘야 한다는 의견 등이 많았다. 사실상 분양 말고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바뀐 기준을 강제하는 것도 문제라는 ‘울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

12·16 대책 이후 3주가 지난 현재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는 서울 내 신고가를 기록한 아파트가 260여건이 넘게 집계됐다. 15억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지가 십수억 이상을 대출 없이 지를 수 있는 현금 부자들에게는 별반 제약으로 작용하지 못하면서 고가 아파트 매매시장을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버렸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결국 ‘청약 대박’에만 목메게 만드는 시장 상황 역시 유사한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로또 청약과 사다리 걷어차기로 시장이 양분될 위험에 처했는데도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은 충분하며 투기자본에 의한 유동자금과 매물잠김이 원인’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정책과 싸우지 말라’는 격언은 대부분 옳지만 정부 역시 시장과 싸우려고만 해서는 현재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