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쟁 가라앉자마자… ” 중동 정세 격화에 정유업계 불안 고조

입력 2020-01-08 16:58 수정 2020-01-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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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국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미군기지를 공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격해지자 이를 바라보는 국내 정유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은 급격한 유가변동 등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최악의 경우 원유 공급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마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업계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30%가 거쳐가는 이 해협이 봉쇄되면 당장 전세계 원유 공급망뿐만 아니라 세계 경기, 수요 악화에 악영향 우려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8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원유를 공급받는 중국, 일본 등이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이란이 해협 봉쇄 카드를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일의 하나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공급차질 외에도 실적 악화의 우려가 있다. 원유공급이 불안정해질수록 국제유가가 폭등하겠지만 그만큼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결국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가는 오르는데 수요 부진으로 제품 자체의 가격 상승은 원가 오름세를 상쇄하지 못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마이너스 마진이 이어져왔지만 이란 사태가 터진 후 악화됐다”며 “이번 사태는 단기간 안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 데다 한동안 정유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지난해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는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각사는 우선 예측이 가능한 선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두바이 지사에 있는 현지 직원들의 안전을 모니터링 중이고, 해외 트레이딩 지사를 통해 원유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를 가정해 재고가 있는 다른 수급처들을 알아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지분이 있는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은 중동산 원유의 안정적 공급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