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지만 올해 전시에서는 자동차가 주요 ICT 업체의 전시공간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주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개념이 탈 것을 넘어 ‘스마트 디바이스’로 당당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 자율주행과 5G 기술의 발전으로 운전 환경이 변화하면서 차 안이 새로운 생활·사무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ICT 업계는 특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IVI(In-Vehicle Infotainment)’에 주목한다. 운전석 옆과 전면 유리 앞에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주행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운전석과 조수석 뒤쪽에도 각각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앞·뒷좌석과의 연계성도 강화하고 있다. 뒷좌석에 앉은 자녀가 전면 스크린에서 검색한 맛집이 운전자의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되는 식이다. 자율주행 차량에서 차창으로 고화질 미디어를 시청하기도 하고, 운전석을 사무용 회전의자처럼 사용하며 업무를 보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도 눈에 띈다.
올해 CES 행사에서 전시장 규모를 대폭 확장하고 나선 SK그룹은 전시의 메인 콘셉트 자체가 ‘미래 모빌리티’다. 모빌리티의 핵심 네트워크인 5G와 미디어 서비스를 담당하는 SK텔레콤, 전기차 배터리 및 관련 소재를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SKC, 모빌리티용 반도체 솔루션을 맡은 SK하이닉스가 각자의 기술 역량을 연계해 시너지 창출을 해낸다는 구상이다.
이중 SK텔레콤은 7일(현지시간) 전기차 생산업체인 바이톤과 차세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한 상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IVI의 발굴부터 개발, 차량 적용까지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 걸친 협력에 나선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은 CES에서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과 음원 서비스인 ‘플로(FLO)’,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등의 플랫폼을 차량에 탑재해 제공하는 통합 IVI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사의 IVI 서비스를 다양한 디지털 활용 환경을 갖춘 바이톤 차량에서 구현함으로써 ICT 분야와 자동차 영역 간의 ‘크로스오버’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도 CES 부스에 콘셉트카를 전시하며 5G 기반 ‘디지털 콕핏 2020’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의 AI 비서인 ‘빅스비’가 운전자의 상황에 맞는 운전 환경을 조성하고, 자동차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 칩셋을 탑재해 차량 내 곳곳에 설치된 8개씩의 디스플레이·카메라를 효율적으로 구동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통합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와 연계함으로써 집에 도착하기 전에 현관 조명과 실내 난방기구를 작동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최초로 개발한 차량용 5G 통신 장비(TCU)가 내년 양산될 BMW의 전기차 ‘아이넥스트(iNEXT)’에 탑재되기로 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구상의 현실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서울시 버스와 택시에도 5G TCU를 이용한 실증 사업을 SK텔레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모빌리티 분야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이날 스위스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와 차세대 자동차 분야 조인트벤처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설립되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webOS Auto’를 기반으로 지능형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시스템과 서비스 등을 개발한다. 차량용 SW 개발 역량과 글로벌 영업채널을 갖춘 양사의 강점을 토대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소니 역시 CES에서 차량 프로토타입을 발표하고 전시하고 있다. 공개된 차량 프로토타입은 소니의 이미지·센서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을 구현하며, 그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차량 내에서 풍부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 사장 겸 CEO는 “지난 10년 동안 모바일이 우리 생활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면 앞으로의 메가트렌드는 모빌리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