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전초전’ 또는 ‘영국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EE 영국 영화상에 유색인 연기자가 배제돼 다양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영화제 홍보 이미지에서는 유색인 연기자를 활용해놓고 정작 후보 명단에서는 제외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EE 영국 영화상을 주최하는 ‘영국 영화·TV 예술 아카데미(BAFTA)’가 7일(런던 현지시간) 발표한 수상 후보 명단을 보면 연기상 부문에 유색인 배우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후보가 발표된 뒤 트위터에는 ‘BAFTA 백인 일색’이라는 의미의 키워드 ‘#BAFTASSoWhite’를 단 비판이 줄을 이었다. BAFTA는 EE 영국 영화상을 일컫는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했거나 후보에 올랐지만 BAFTA 연기상 후보에서는 배제된 유색인 연기자들을 거론하며 BAFTA의 백인 편중 현상을 지적했다. 이들은 조던 필 감독의 ‘어스’에서 열연한 루피타 뇽,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허슬러’의 제니퍼 로페즈와 ‘해리엇’의 신시아 에리보, 넷플릭스 영화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로 다시 주목받은 에디 머피 등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유색인 배우가 BAFTA 후보자 명단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한국계’ 아콰피나조차도 BAFTA가 선정한 후보에는 없었다. 시청자들이 투표로 선정하는 ‘EE 신예 스타상’ 후보에만 올랐을 뿐이었다. 일부 이용자들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출연진도 배제된 유색인 후보자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와 달리 백인 배우 스칼릿 조핸슨과 마고 로비는 각각 2개의 영화로 같은 후보군에 이중으로 이름을 올렸다. 마고 로비의 경우 ‘밤쉘’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2번 이름이 올라갔다.
BAFTA가 더욱 비판을 받는 지점은 유색인 연기자들의 모습을 BAFTA 후보 발표 홍보 이미지로 사용해놓고 정작 후보에서는 배제하는 이중성을 보인 것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갈무리한 BAFTA 후보자 명단 이미지를 보면 전부 백인 배우들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백인 남성 위주의 오스카상을 비판하는 ‘오스카 백인 일색’(#OsarSSoWhite)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한 에이프릴 레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유색인을 초대하지도 않을 거면서 그들을 쇼윈도 장식용으로 쓰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WP는 BAFTA의 감독상 후보에 여성이 전무한 것도 다양성 결여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BAFTA의 에마 비어 집행위원장은 이날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다양성 결핍’ 지적을 묻자 “다양성이 더 반영되기를 정말로 바라지만, 오늘 축하받는 후보들을 깎아내리기도 원치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