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중국…공산당의 ‘국영기업 지배’ 명문화

입력 2020-01-08 16:15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

중국 공산당이 국영기업 내 당 조직 설립을 의무화하고 경영상의 결정은 당 조직의 논의를 거치도록 명문화하는 등 당의 국영기업 지배를 강화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끊임없이 요구해온 당의 간섭 배제 등 국영기업 개혁에 반하는 조치여서 주목된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국영기업에 당 조직 결성을 의무화하고, 이사회 의장을 당 서기가 맡도록 하는 등 국영기업 내 당 조직의 권한과 책임을 규정한 문건을 발행했다.

문건에 따르면 모든 국영기업은 회사 정관에 당 조직 건설을 명시해야 하며, 당원이 3명 이상인 국영기업은 반드시 당 조직을 설립해야 한다. 경영상의 모든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나 경영진에 넘기기 전에 당 조직의 논의를 거치도록 했다.

국영기업의 당 서기와 이사회 의장은 ‘동일인’이어야 하고, 총괄 책임자 자리는 당 부서기가 맡도록 했다.

이사회에는 경영상 역할을 맡지 않고 ‘당 조직 건설’만 책임지는 특별 부서기를 두고, 경영진이나 이사회 구성원 중 당원은 ‘당의 의지’ 관철을 최우선 임무로 삼아야 한다고 적시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국영기업에 대한 당의 전면적 영도를 명문화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새로운 규정이 아니라 최근 ‘국유기업에 대한 당의 영도력 강화’를 위해 진행해오던 조치를 공식 명문화하는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2012년 말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후 중국 공산당은 국영기업뿐 아니라 민영기업에도 당 조직 설치를 독려하는 등 사회 전반에 대한 당의 지배를 강화해왔다.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수십 개 중국 본토 기업도 2016년부터 정관을 개정해 기업 지배구조에 당 조직을 명문화했다. 2017년 말 현재 중국 국영기업의 93%에 당 조직이 건설됐다.

국영기업에 대한 당의 지배 강화는 중국 정부가 주장해온 이사회 권한 강화 등 국영기업 지배구조 현대화와 상충하는 것이어서 미국 측의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들에 공산당이 개입하는 것을 우려하며 각종 조치를 취해왔다.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중국 측에 국영기업 보조금 철폐 등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은 중국 정부가 소유·통제하거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제작한 철도차량과 전기버스 등을 연방 자금으로 구매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자국 국영기업들이 공평한 경쟁의 장에서 민간 및 외국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