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하자 관람객들의 탄성이 쏟아져나왔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개인용 비행체(PAV)가 전시관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다. 자동차 업체들이 모인 전시장에 비행기가 등장하자 놀란 관람객들은 너도 나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PAV 뒤로 보이는 스크린에 미래 도시의 모습이 펼쳐졌다. 전시장 한 쪽에는 미래도시의 모빌리티 비전을 상징하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콘셉트 ‘S-Link’와 모빌리티 환승 거점(허브) 콘셉트 ‘S-hub’도 전시돼 있었다. 순식간에 꽉 찬 전시관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미국인 관광객 제시 라이언(46)은 “PAV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면서 “가격, 안전성 면에서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모델로 개발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7일(현지시간) ‘CES 2020’이 막을 올렸다. 자동차 업체들이 모인 노스홀 전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현대자동차 전시관이었다. 현대차가 이날 실물크기의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것이다.
S-A1은 날개 15m, 전장 10.7m 크기로 이날은 프로펠러가 회전하는 비행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바닥으로부터 2.2m 위에 설치됐다. S-A1에는 조종사를 포함해 총 5명이 탈 수 있다. 목적에 따라 크기와 디자인 등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총 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하고 있으며 최대 약 100㎞를 비행할 수 있다. 최고 비행 속력은 290㎞/h.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동비행기술이 안정화된 이후부터는 자율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해 PAV를 탑승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광경을 보여주는 ‘VR 체험 공간’도 운영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전날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와 지상의 PBV, 허브를 통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미래도시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관을 구성한 것이다.
S-A1은 우버의 항공 택시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완성됐다. 현대차는 이날 S-A1 앞에서 우버와 PAV를 기반으로 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을 가졌다. 우버는 미 항공우주국(NASA)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정립한 항공 택시 개발 기술을 외부에 개방, PAV 제작 기업들의 개발 방향성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로서 우버와 UAM 협약을 건 현대차가 처음이다.
UAM은 세계적인 거대 도시화로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이동 효율성 문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모빌리티 업계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우버의 항공 택시(Air Taxi) 사업 추진 조직인 ‘우버 엘리베이트’와 긴밀한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우버와의 협력 등을 토대로 인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사람들의 이동의 한계를 재정의하고, 그를 통해 보다 더욱 가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끊임 없이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의 대규모 제조 역량은 우버 앨리베이트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라면서 “현대차의 자동차 산업 경험이 항공 택시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하늘을 향한 우버의 플랫폼은 더욱 가속화 되고, 전세계 도시에서 저렴하면서도 원활한 교통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