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에 “현재까진 매우 좋다”…오늘밤 성명이 분수령

입력 2020-01-08 15:10
트럼프 내놓을 성명 내용에 따라 전면전·위기 관리 ‘기로’
트럼프, 이란 공격 직후 긴급 국가안보회의 가져
미군 사망자는 없어…미군, 이란 공격 징후 일찍 포착
백악관 경계 강화…미 민간항공기, 이란·이라크 운항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2월 26일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 공군기지 아인 알아사드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란은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했던 아인 알아사드 기지를 포함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라크에 있는 미군 기지 2곳에 이란으로부터 발사된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면서 “괜찮다(All is well)”고 밝혔다. 이란의 반격에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금 사상자와 피해 규모에 대한 조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매우 좋다(So far, so good)”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잘 조직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내일 아침(한국 시간 8일 밤)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성명은 이번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공책을 들고 나올 경우 이란·미국 정면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재산에 대해 공격할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며, 불균형적인(disproportionate)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 관리 쪽으로 방향을 잡아 긴장 고조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악관은 이란의 반격 직후인 7일 밤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8일로 하루 늦췄다.

이란의 이라크 미군 기지 폭격은 이라크 시간으로 8일 오전 새벽 1시 30분(워싱턴 시간 7일 오후 5시 30분) 이뤄졌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이란은 군부지도자 가셈 솔레이마니가 지난 3일 미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숨졌던 시간과 같은 시간을 선택해 반격을 감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반격 직후 이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고 국가안보팀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가졌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급히 백악관을 찾아 회의에 참석했다. 백악관은 회의 결과를 설명하지 않는 등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미 국방부는 이란의 공격 직후 “이라크의 아인 알아사드와 이르빌에 위치한 미군 기지 2곳에 최소 12발이 넘는 이란의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라크 보안 당국자는 “이란 공격으로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미 국방 당국자는 “이란의 미사일이 미군들이 위치하지 않은 지역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미 국방 당국자는 CNN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이른 시점에 이란의 미사일 공격 징후를 포착했다”면서 “미사일 공격의 위험 지역에 있던 사람들이 늦지 않게 벙커로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악관 주변에 대한 경계가 강화됐다. 미 비밀경호국 당국자는 “모든 경호 대상자들을 둘러싼 위협적인 환경을 계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백악관 인근의 주요 포인트에 배치됐다.

미 연방항공청은 미국 민간 항공사들이 이란·이라크와 페르시아만·오만만 상공에서 운항하는 것을 금지했다. 미 해운청도 중동 인근을 항해하는 미국 선박에 주의를 당부했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 의원은 이번 공격을 ‘전쟁 행위’라고 규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응할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양비론을 취했다. 펠로시 의장은 “우리는 (미국) 행정부의 불필요한 도발 중단과 이란의 폭력 중지를 포함해 우리 군 요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미국이 이란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경우 의회에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상의 없이 자의적으로 군사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