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일가족 생활고’가 사망 뒤에야 알려진 까닭

입력 2020-01-08 13:39

경기도 김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의 생활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이 가족은 3개월 동안 관리비를 못 내고 있었지만 시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들이 거주했던 민간 아파트가 관리비 납부 내용 공개를 꺼렸기 때문이다.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5일 김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37·여), 그의 어머니 B씨(62), 아들 C군(8) 3명은 3개월 치 관리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이 미납한 관리비는 98만4000원이었다. 별거 중인 A씨 남편이 이달 초 이중 50만원만 대신 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9월쯤 가족과 함께 이 아파트로 이사 온 뒤 한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했다. 하지만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가족이 98만4000원을 미납하고 있었지만 김포시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A씨 가족이 거주한 민간 아파트가 전기·가스요금 등 관리비 납부 내용 공개를 꺼려 상황을 알 수 없었던 탓이다.

시는 사회보장시스템인 ‘행복e음’을 기반으로 취약계층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해 공동주택관리비 3개월 이상 체납, 휴·폐업, 세대주 사망, 공공임대주택 임차료 체납, 연금·건강보험료 체납 등을 체크해 위기가구를 관리하고 있다.

다만 이 시스템은 임대형 아파트의 경우에 적용된다. 민간 아파트는 거주자와 관리사무소의 동의를 얻어야만 관리비 납부 내용을 수집할 수 있다. A씨 가족이 살고 있던 아파트는 민간 아파트였다. 시 관계자는 “A씨가 거주한 아파트 단지에 관리비 납부 내용 공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민간 아파트 주민들은 개인 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지자체에 관리비 납부 내용 공개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김포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 가구를 지원하려 관내 공공 임대 아파트 단지 26곳의 관리비 납부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만, 민간 아파트 단지 141곳은 아직 모두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민간 아파트에서도 복지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김포 일가족 사망과 같은 비극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발굴, 관리, 지원, 정책개발 4개 분야로 나눠 다음 달 29일까지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아파트 거주자를 대상으로 체납 여부 조사를 일제히 시행해 위기 가구를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A씨 일가족 3명은 지난 5일 오전 3시40분쯤 김포 장기동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내부에서는 A씨와 B씨가 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삶이 힘들다” 등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아니었으며 긴급복지 지원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