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폐막식 연출 담당자, ‘갑질’로 사임

입력 2020-01-08 12:38 수정 2020-01-08 13:41
지난해 12월 15일 준공식을 가진 일본 2020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왼쪽). 오른쪽은 준공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총리.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을 6개월가량 남긴 가운데 개·폐막식 연출 실무 담당자가 ‘갑질’ 파문으로 사임했다.

8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폐막식의 연출 실무 담당자인 스가노 가오루 덴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개·폐막식 관련 업무를 하던 중 덴쓰 계열사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 사내에서 징계 처분을 받은 스가노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조직위가 이를 수용했다.

개·폐막식 연출은 일본 전통극 교겐 배우인 노무라 만사이, 영화감독 야마사키 다카시, 광고감독 사사키 히로시 등 8명이 속한 연출팀이 진행하고 있다. 교겐,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전반에서 활약해온 노무라가 전체 총감독을 맡은 가운데 야마사키가 올림픽, 사사키가 패럴림픽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스가노를 비롯해 가수 시이나 링고, 안무가 MIKIKO, 영화 프로듀서 가와무라 겐키, 애니메이션 장애인 연출가 겸 프로듀서 구리스 요시에가 연출팀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 12월부터 손발을 맞춰온 연출팀이 아이디어를 내면 조직위가 위탁계약을 맞은 덴쓰가 구체화 하는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덴쓰는 올림픽을 비롯해 일본에서 열리는 중요 이벤트의 진행을 독점해 왔다. 따라서 개·폐막식 연출을 사실상 지휘하는 것은 덴쓰 출신인 가오루다. 대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핵심 연출자가 중도 하차해 행사 준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가노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표현에 능하며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 때 아베 총리가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깜짝 등장한 이른바 올림픽 인수인계 행사의 기획에도 관여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덴쓰로부터 사죄와 함께 인간적인 노동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도쿄올림픽은 유치경쟁부터 뇌물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키는가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전을 둘러싼 환경오염 문제로 바람잘 날이 없다. 일본 정부는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선수단과 관객의 간접 피폭의 위험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철인 3종 등 주요 수상 종목이 펼쳐질 오다이바 해양공원은 악취와 대장균을 동반한 수질 오염으로 몸살을 앓았고 최근에는 수영·수구 종목이 예정된 다쓰미 국제수영장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 특히 일본 당국은 다쓰미 국제수영장에 석면을 사용한 사실을 2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감춰오다가 언론 보도로 밝혀지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