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힐 간호사 ‘찍는’ 의사들… 머리는 장식이냐고 욕해”

입력 2020-01-08 11:06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창원 경상대학교병원 의사들이 간호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졌다. 최근 노조의 문제 제기로 사건이 공론화되자 피해자 중 한 명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자세한 피해 내용을 폭로했다.

이 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김모씨는 8일 오전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계속 견딜 수가 없었다”며 “두고 볼 수도 없을 것 같고 악순환만 계속되는 게 보여 폭로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의사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들리도록 크게 고함을 지르며 ‘기본이 안 돼 있다’ ‘멍청하다’는 말을 기본적으로 했었다”며 “‘머리는 장식으로 달려있다’ ‘귀는 장식이냐’는 식의 상습 폭언으로 인격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의사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실수나 잘못에 대한 지적이 아닌 막말과 짜증 섞인 답변을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의사들이 권위적인 분위기를 만들다 보니 저희로서는 계속 두려워하기만 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간호사들이 물론 미숙한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망신 주듯이 말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며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행동하는데 더 위축되고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최근 의사들의 폭언을 이기지 못하고 병원을 그만둔 간호사들에 대한 언급도 했다. 8일 병원 노조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병원을 퇴사한 간호사는 총 4명이다. 김씨는 “모두가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의사가) ‘찍은’ 간호사가 있다면 유독 집중적으로 괴롭힌다”며 “다른 사람들이 ‘이 사람은 찍혔다’고 느껴질 만큼 무시하는 듯한 폭언을 계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의 폭언 문제를) 서로 암암리에 알고는 있지만 분위기와 직위 때문에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는 못했다”며 “하지만 이제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사직률이 높아지다 보니 사건이 터져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는 힘들게 입사한 병원이라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이 큰데, 의사들의 폭언에 상처를 받고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떨어진다”며 “그러다 보면 결국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저희를 무작정 무시하는 아랫사람이나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며 “서로 간에 존중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병원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