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직 ‘인사태풍’ 여부를 둘러싸고 여러 설(說)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처음으로 만났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7층 장관실에서 35분간 비공개로 회동했다. ‘상견례 차원의 만남’이라는 법무부 측 예고와 달리 두 사람은 검찰 개혁에 대한 시각을 내보이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인사들은 “매우 화기애애했다고 한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오후 4시부터 35분간 새해 인사를 시작으로 긴 대화를 나눴다. 법무부에서는 김오수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이 배석했다. 대검찰청에선 윤 총장과 함께 강남일 차장검사가 참석했다. 법무부는 회동 직후 “추 장관은 검찰 개혁 입법 협조를 당부했고, 윤 총장은 적극 공감하며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회동은 매우 짧게 마무리될 뻔했다. 법무부 장관실은 오후 4시2분 통로에 있던 법무부 직원에게 “엘리베이터를 잡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화로 전달했다. 윤 총장 등이 자리에 앉은 지 불과 2분 만이었다. 이에 법무부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잡고 장관실 앞에 도열했지만 방문자였던 윤 총장과 강 차장은 그로부터 30분이 넘도록 장관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2분 만에 “엘리베이터를 잡아 달라”는 메시지가 나온 일은 “처음부터 민감한 주제를 건드려 대화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충돌을 거듭해온 실정이다. 그럼에도 어느 한쪽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다른 법무부 산하 기관장들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간단한 인사만 하고 나오려다가 누군가가 본격적인 화제를 꺼내 다시 착석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35분 만남’을 전해들은 검찰 관계자들은 “검찰 개혁 공감만 주고받기엔 긴 시간이며, 결국 인사 등 본론에 접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대검이 “인사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큰 틀에서의 조직 개편 필요성은 거론됐을 것이란 얘기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지휘해온 검사장들의 교체설에 대해 윤 총장의 ‘작심 발언’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윤 총장을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감당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밤에는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기로 했다”는 괴소문이 돌 정도였다. 총장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억측이었는데, 윤 총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 역시 청와대의 검찰 인사안에 난색을 표했다는 등의 소문에 휩싸여 있다. 인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검찰 관계자들은 “제도 속에서 일하는 공직자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인사 폭과 내용에 따라 검찰 내 분위기가 거센 반발로 치달을 수 있다는 해석은 여전하다.
구승은 박상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