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 자동차가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일본 탈출 이후 처음으로 성명을 내고 “곤 전 회장에게 회사에 입힌 피해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곤 전 회장은 닛산 내부에서 자신을 몰아내기 위한 쿠데타가 일어났으며 일부 정부가 관연된 증거를 8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닛산은 7일 성명을 통해 “곤 전 회장이 일본의 사법제도를 무시한 행위를 저질러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곤 전 회장이 보수 허위기재와 횡령 등 사익을 위해 다양한 비행을 저질렀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으며, 그 규모가 매우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은 회사가 그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부정으로 인한 손해 회복을 위해 (곤 전 회장에게) 손해 배상 청구 등 적절한 법적 절차를 계속 추진하겠다”며 향후 수사 당국과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곤 전 회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방송사 폭스 비즈니스와 만나 “닛산이 나를 쫒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벌였다는 실제 증거와 서류들이 있다”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이름들을 대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연류된 인물 가운데 “일본 정부 관계자도 있다”고 강조했다.
곤 전 회장은 또 자신이 닛산과 르노자동차를 합병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일본을 떠나지 않은 것을 가장 후회하는 일로 꼽았다. 후임인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전 사장을 지원해서는 안됐다는 것이다. 사이카와 전 사장은 곤 전 회장에게 걸린 특별배임, 보수 축소 신고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주도해 검찰에 알린 인물이지만 자신 역시 보수 수억원을 부당한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러났다.
그는 일본에서 도망친 이유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면서 “아내와의 대화조차 금지하는 일본 사법 체제의 불공정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도쿄의 집에 앉아 감시를 받으며 기다리는 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만 아니라면 그 어느 법정에서라도 이번 재판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1999년 파산 위기에 몰린 닛산을 재건시키며 ‘스타 경영인’으로 떠올랐던 그의 몰락에 대해 음모론이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닛산이 르노의 도움으로 살아나긴 했지만 최근 수년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수익을 대부분 냈는데도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곤 전 회장을 일본 검찰이 전격 체포한 것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를 위해 레바논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7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한 뒤 주 레바논 일본 대사가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만나 일본의 입장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도쿄지방법원은 이날 곤 전 회장이 납부한 보석금 15억엔(약 160억원)을 전액 몰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몰수된 보석금으론 역대 최고액이며, 국고로 전액 환수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