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이라고 금리도 ‘쥐꼬리’?…새해 은행 특판상품 ‘실종’

입력 2020-01-08 12:00 수정 2020-01-08 12:00
고금리에 경품까지 얹어주던 지난해와 달라
저금리 기조 지속되자 특판 상품 출시 부담
특판 없어도 시중 자금 투자처 잃고 은행 계좌로

새해마다 은행들이 앞 다퉈 내놓는 예·적금 특판상품이 올해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연초만 하더라도 고금리에 경품까지 얹어주던 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주범은 ‘저금리’다. 시중금리가 1% 중반대로 하락해 은행 이자수익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여기에다 특판상품이 없어도 저금리로 투자할 곳을 잃은 돈들은 은행으로 밀려들고 있다.

연초부터 저축은행권은 ‘특판 가뭄’이다. 저축은행들은 매년 높은 금리를 앞세워 ‘세뱃돈 불리기’라는 구호를 내걸곤 했다. 하지만 IBK저축은행이 지난 7일 ‘2020 힘찬 정기적금’을 내놓은 걸 빼고 감감무소식이다. 이 상품은 사회공헌 목적 적금이라 기초생활수급자, 소년소녀가장, 저소득 근로자에 해당할 경우에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선착순 2020명 한정이다.

시중은행 사정도 마찬가지다. 은행권에선 “아직 특판상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내놓은 예·적금 특판상품은 단 2가지다. 지난 2일 나온 우리은행의 ‘우리고객님 고맙습니다 정기예금’과 DGB대구은행의 ‘세븐적금’이 전부다. 우리은행 상품은 1조원 규모로 한도가 넉넉했지만, 출시 일주일도 되지 않아 한도 소진을 앞두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8일 “354억원 정도 남아있는데 곧 완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예·적금 특판상품은 ‘특별’하지 않았다. 은행권은 연 2%대 금리도 모자라 경품까지 얹어주며 고객을 유치했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월 최고 연 2.4% 금리에 더해 선착순으로 황금돼지 골드바를 주는 ‘황금드림 정기예금’을 내놨었다. IBK기업은행도 지난해 1월 가입금액이 최고 10억원이고 금리는 최고 연 2.3%인 ‘IBK W특판예금’을 선보였었다.

은행권 특판상품이 실종된 이유는 뭘까. 시장에선 ‘저금리’를 지목한다. 지난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달아 두 번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는 수신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은행으로선 특판상품 내놓기가 부담스러워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1월 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연 1.62%로 전년 동월 대비 0.34% 포인트 떨어졌다.


저금리로 은행의 ‘밥줄’인 이자수익이 주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55%로 전년 동기 대비 0.1% 포인트 떨어졌다. 은행 수익의 60% 이상을 이자가 차지하기 때문에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은행장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이자 수익에 기대지 말고 신사업 분야를 개척해야한다고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시중자금은 이미 은행 예·적금에 저절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1~11월 중 은행권 수신은 106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2018년 수신 규모보다 14조9000억원 증가했다. 굳이 특판상품을 내놓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수익률 경쟁으로는 더 이상 ‘정답’을 낼 수 없다는 인식도 바탕에 깔려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수익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돼 금리보다는 서비스 경쟁이 더 우선시되고 있다. 은행권에선 핀테크와 연계된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해야 고객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